좋은시

[스크랩] 둥근 사이 / 박덕규

문근영 2016. 4. 14. 03:57

둥근 사이

 

   박덕규

 

 

 

연탄집게로 연탄을 집어든 어머니가

마당을 뛰어가신다.

연탄을 든 어머니의 한쪽 어깨가 올라가고

반대편 어깨가 낮아졌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기운 몸 사이에 큰 틈이 생겨나 있다.

그 틈으로 바람이 예사롭게 지나다닌다.

 

지금 내 아내보다 더 젊은 어머니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연탄을 집어 들고 마당을 뛰어가신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기운 몸 사이의 틈으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어머니가 입은 치마가 살랑거린다.

 

한번은 그 연탄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어머니 몸이 공중에 떠오르기도 했다.

그 때도 어머니는 공중을 뛰어가셨다.

꼬리치며 쳐다보던 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몸 사이가 크게 벌어져

그 틈으로 비행기가 지나가기도 했다.

 

아내는 어머니 흉내를 잘 낸다.

그래도 연탄을 집는 일은 없다.

연탄 힘으로 공중에 떠오르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아내와 아내보다 젊은 어머니 사이에 틈을 그려 본다.

나는 그 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있다.

 

 

 

                        —《시와 정신》2013년 봄호

-------------

박덕규 / 1958년 경북 안동 출생.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0년 〈시운동〉으로 작품 활동. 1982년 〈중앙일보〉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등.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