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하늘 아래
—마크 로스코에게
김연아
우리가 잠든 동안
유리병 안의 설탕은 딱딱해지고
서랍들은 부풀어 열리지 않는다
노래를 잃은 목구멍을 두드려대듯
밤의 혀가 소용돌이친다
내 심장에서 짐을 풀고 있는 광기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듯 검은 우주를 애무한다
이따금 나는 구름의 기억 속에 잠들고
아직 내 목소리에서 물러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이곳은 시간의 방, 내 그림자들의 조국
방은 한 개의 창문과
다른 방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들이 있다
자기를 닮은 돌을 물고 와 구애하는
새의 돌 편지처럼,
내 척추 끝에 잠든 정결한 중량감
슬픔은 여기에 정착한다
일곱 개 빛의 영혼이 드리운 여덟 번째 그림자
구름은 잠깐 동안 날개를 접고
그림자의 숫자를 세고 있다
피리 소리를 내는 더듬이 같은 뿔 하나로
어둔 바닷속을 나선 어린 일각고래처럼
우리는 불타는 배를 타고 녹빛 바다를 항해했다
눈을 감으면 파랗게 빛나는 어둠
절벽 끝에서 떨고 있는 발가락들,
당신은 물고기처럼 가난했고
사막에서 우는 낙타의 목소리를 가졌지
죽음의 정기를 입 속에 집어넣고
두 해변 사이에서 우주적인 갈증을 해결한 사람
손가락은 구름의 손가락이 되고
살갗은 구름의 땀 냄새가 된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길들은 약속을 깨우지 못하고
아무도 내 이름을 알고 있는 밤들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바람은 다시 북쪽으로 불기 시작했다
이상한 서명을 그려내는 구름을 버리며
당신을 향해 꼬리치는 하얀 개를 버리며
—《현대시학》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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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 경남 함양 출생.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 200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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