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회색병동
이인철
음악 치료를 시작했어
수평선 위에 누워 있어
피아노 소리
잔잔한 파도가 텅 빈 몸속으로 흘러들어와
출렁거리고
하얀 등뼈 위로 검은 선반들이 돌출됐어
건반들이 춤을 추고 있어
출렁이는 파도가 넘실넘실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숨이 막혀
건반의 검은뿔이 내 늑골을
반복해서 두드려
비명이 들려
내가 지르는 소리인지
피아노 소리인지
앙상한 늑골 속으로 건반의 뿔이 들어왔어
벌떡벌떡
심장이 계속 피를 내뿜고 있어
지구를 뒤덮은 핏줄들이 부르르 떨고 있어
해일 같은 맥박이 넘실거려
무인도 해안에 피아노 한대가 쓰러져 있어
잔잔한 피아노 소리
달빛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점점 잦아드는 내 외침인지
—《열린시학》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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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 전북 순창 출생. 2003년 《심상》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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