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이용임
우리는 발자국을 얼음처럼 떨어뜨렸다
파고의 푸름 속에
일렁이며 저승 나비 무늬
무덤의 가장자리마다 핀다던
마른 꽃으로 굳었다
물이 핥고 가는 산호처럼
나의 시간을 빚어 실루엣을 만들었다
그림자를 볼 때마다
그대를 떠올렸다
뒤집으면 다시 시작되는
유리 속 황금시대
좋았던 날들만 무한재생하는
착각과 망각의 틈새마다
우리는 조약돌처럼 은닉했다
눈감아라 뚝딱 꼬리를 늘이며
달아나는 술래, 손가락이 찾아주길 기다리며
—《POSITION》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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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2007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 시집『안개주의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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