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산책 / 이용임

문근영 2016. 4. 3. 08:48

산책

 

   이용임

 

 

 

우리는 발자국을 얼음처럼 떨어뜨렸다

파고의 푸름 속에

일렁이며 저승 나비 무늬

 

무덤의 가장자리마다 핀다던

마른 꽃으로 굳었다

물이 핥고 가는 산호처럼

 

나의 시간을 빚어 실루엣을 만들었다

그림자를 볼 때마다

그대를 떠올렸다

 

뒤집으면 다시 시작되는

유리 속 황금시대

좋았던 날들만 무한재생하는

착각과 망각의 틈새마다

 

우리는 조약돌처럼 은닉했다

눈감아라 뚝딱 꼬리를 늘이며

달아나는 술래, 손가락이 찾아주길 기다리며

 

 

 

                        —《POSITION》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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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2007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 시집『안개주의보』.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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