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헨의 숲
한명희
한 아이는 더 가보자고 하고
다른 아이는 그만 돌아가자고 하네
때는 바야흐로 오후 다섯 시
겨울 숲에서는 개와 늑대도 일찍부터 움직인다네
한 아이도 무섭고 두렵기는 마찬가지라네
또 다른 아이도 조금더 가보고 싶기는 하다네
하지만 여기는 메르헨의
숲
길을 잃는 사람은 영원히
길 위를 떠돌게 되네
한 아이에게는 따뜻한 스프가 필요하다네
다른 아이도 뜨끈한 스프가 필요하다네
한 아이는 손이 하나 다른 아이도 손이 하나
한 아이는 발이 하나 다른 아이도 발이 하나
해가 작아지는 메르헨의
숲
한 아이도 다른 한 아이도 두툼한
털장갑이 필요하다네
누군가 울고 있는
메르헨의
숲
—《예술가》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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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 1965년 대구 출생. 서울시립대 졸업. 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시집 읽기』『두 번 쓸쓸한 전화』『내 몸 위로 용암이 흘러갔다』. 현재 삼척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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