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왁을 두드리며 부르는 해녀노래를 들어보셨나요?
[음반평] “해녀노래”, 신나라
“한착 손에 태왁을 심고 한착 손에 빗창을 심어
한질 두질 물숨 참고 물아래를 물숨 참고 들어야가니
저 슁도가 분명하다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이는 태왁(물지 도중 수면위로 올라와 몸을 의지하는 속이 빈 박)과 빗창(전복을 따는 도구)에 의지하여 미역, 해산, 전복을 따는 해녀들의 애환이 담기 노래 해녀노래다. 해녀노래는 이 해녀노래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다. 육지 사람들이야 어찌 이 해녀노래를 들어나보았을까? 이 해녀노래가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 음반으로 나왔다.
그동안 우리는 제주도를 그저 환상의 섬, 아름다운 휴양지로만 알아 왔다. 하지만, 그곳엔 해녀들이 있었고, 그들에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 해녀노래 음반 표지 ? 신나라
해녀는 주로 제주도에서 볼 수 있고 잠녀(潛女)라고도 한다. 이 해녀들은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들의 삶을 지탱해온 것은 망사리(그물로 주머니처럼 짜서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것), 태왁, 빗창, 갈갱이(호미), 갈쿠리, 소살(1m 정도의 작살), 물수건(해녀들의 머리를 동여매는 수건), 눈(방수경), 잠수복이다.
예부터 제주의 여성은 밭에서 김을 매지 않으면 바다에서 물질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제주에서 여자로 태어나면 7∼8의 어린 나이부터 헤엄을 배우고 12∼13세가 되면 어머니로부터 두렁박을 받았으며, 15∼16세가 되면 물질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 해녀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그 해녀들도 이제 30살 아래는 전혀 없고, 60살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 힘든 삶을 살려 하는 젊은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해녀들의 한이 서린 해녀노래도 서서히 잊혀 간다. 일부 나이 많은 해녀만이 겨우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 필요한 시점에서 음반은 나왔다.
▲ 해녀노래를 녹음한 사람들1 (왼쪽부터 고 안도인, 김영자, 강등자, 김태매) ? 신나라
▲ 해녀노래를 녹음한 사람들2 (왼쪽부터 김경성, 김춘산, 박순재, 강경자) ?신나라
해녀들은 고단한 삶의 무게에도 바닷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이다. 조용히 해녀노래를 듣는다.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 속에서 나는 잠시 가슴이 메어 온다. 해녀들의 애환이 내게 다가온 탓일까? 이제 음반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 노래는 제주 해녀들의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해녀 노래를 채록하고 연구해온 해녀박물관 좌혜경 박사는 말한다. “해녀노래는 제주 여성들의 노동요인데 해녀들의 과거 삶을 노래 가사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외지 사람들은 이 해녀노래에서 눈물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삶의 어려움을 열심히 살면 극복할 수 있다는 철학을 내비치고 있다. 합리화로 보일 수 있는 이 철학은 그들의 살아가는 섭리일 것이다.”
이윽고 내 입에선 잔잔하게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노래가 따라나오고 있다. 한해 전 우리는 숭례문을 잃었다. 이렇게 600여 년 우리 곁을 지켜주던 유형문화재도 정성으로 보살피지 않으면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더구나 무형문화재들은 보유자들이 나이 들어 세상을 뜨면 영원히 사라진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무형문화재를 지키려는 노력에 큰 손뼉으로 칭찬해주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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