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와 방식
김경미
고양이들이 손발을 몸통 안에 접어 넣고 웅크린 자세는
식빵 굽는 자세라 한다
검정고양이는 너무 타버린 식빵 자세인 것
미안함은 그녀가 생을 사랑하는 유일한 자세
멀리 떨어져 있는 건 그녀가 누군가를 얻는 유일한 방식
커튼과 모자와 벙어리장갑과 라일락 꽃잎을 자주 구입하는 건
방식일까 자세일까
딸기들이 제 얼굴에 무수히 점을 찍는 동안
그녀는 취소와 후회를 점찍어왔다
귀에서 새로운 이목구비 꺼내는 방법을
날마다 생각했다
귀에 상처가 났다
—당신은 면전에서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면전에 대고 한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리본처럼 꼬였는가
달팽이들은 불안으로 산다
도둑이 집을 훔쳐갈까봐
등이 비에 젖을까봐 늘 집째 지고 다니지
빗소리에 어울리는 눈동자는 어떤 것일까
바닥으로 내려가는 중인지 위로 올라가는 중인지
소라와 나사는 똑같이 음흉해
형광등은 재빠른 도망과 공격과 휴식에 유능하고
파도처럼 쌓이는 월요일들
흰 물거품 같은 일요일들
화살과 별의 거리와 시간의 모양을 주시하며
벽돌을 구워 빵같이 부드러운 인간이 되려고
그녀도 등에
소라와 나사와 커튼과 건전지와
일몰과 점박이나비와 발의 통증과
자세와 방식을 그 제일 아래쪽 틈에 괸 채
업고 다닌다
—《발견》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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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 1983년 〈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쉿, 나의 세컨드는』『고통을 달래는 순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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