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흐르는 군중 / 정푸른

문근영 2016. 4. 1. 09:16

흐르는 군중

 

   정푸른

 

 

 

   1

 

떠도는 소문은 훈제다

온갖 구석과 모서리가 연기처럼 배어든 육질

속에서 툭툭 터지는 그을린 얼굴들

익명은 고기에 맛을 더하는 소스다

위선과 알 수 없는 양념들이 걸쭉하게 버무려져 있다

부풀어진 웃음과 제스처가 뿌려진

세상의 살을 씹어 뱉는다

 

꽃처럼 벌어지는 괄약근, 입술

 

 

   2

 

서로를 삼키는 육식은 무리의 유전자다

세상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위장(胃腸)

소화액처럼 사람들 사이에 안개가 흐른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끊임없이 되새김질되는

거리에서

뭉쳤다 흩어졌다 다시 뭉치며 흘러가는

무표정들, 반쯤 먹힌 뒷모습으로 돌아보는

눈빛이 겹겹이다

불 냄새가 밴 몸을 이끌고

육중한 그림자가 천천히 밀려간다

 

몬스터의 틀니처럼,

아래턱이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골목을 빠져나가는 엇갈린 어깨들

배설되지 못한 영혼들이 서로의 침이 묻은 채

무리 속을 떠돌고 있다

흘러가는 것은 아무도 안부를 묻지 않는다

 

 

 

                       —《시인의 눈》 2013년 제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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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푸른 / 1970년 경남 진주 출생. 2008년 《미네르바》로 등단. 계간 《시와 환상》편집장.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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