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동가이서
조 민
비가 온다
지붕을 걸어서 온다
계단을 걸어서 온다
파란 빗자루에 앉았다가
일어난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난다
꽃나무 발등에 앉는다
비를 쓴다
비를 비로 쓴다
비가 이리저리 쓸려다닌다
쓱쓱쓱 비가 간다
계단을 걸어서 간다
꽃잎을 밟고 간다
빗물이 발가락 사이에 고였다가
빠져 나간다
비는 오다가 가고
비는 가다가 다시 온다
의자는 말이 없다
의자는 발이 없다
꽃나무는 말이 없다
꽃나무는 발이 없다
비가, 꽃나무가, 살짝 왼쪽으로
허리를 비튼다
비와 꽃나무는 서로를 모른다
꽃나무가 나를
계단에서 지붕 위로
옮긴다
—《시사사》2013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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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 1965년 경남 사천 출생.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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