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1997년 한국일보 당선작

문근영 2015. 4. 1. 08:42

심사평 : 김종길 , 신경림 , 김광규


엄청난 양의 응모작품을 읽고 선자들이 받은 첫인상은 응모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의 시를 폭넓게 읽지 않고, 일부 기성 시인의 작품을 모방하는데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특히 비속어를 남용하면서 무정부 상태의 수다를 늘어놓는 경향은 서정시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 아닐까. 한 편의 시에 우주를 담을 수도 있지만, 모든 시에서 인생과 세계의 전부를 노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대의 씨의 '야경' 외 5편은 대체로 "먼 곳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올 만큼 고적하게 버려진 고향 마을의 이미지가 지배적인 작품이다. 그 중에서 표제 작품은 적은 말수로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하여 깔끔한 완결미를 이룩했다. 불꺼진 방에서 잠든 사람과 마실방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들, 차가운 바람을 달래며 밤을 밝히는 불빛이 개인과 공동체의 복합적 존재로서 시골을 그리면서 동시에 현실의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삶의 진실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은유적 내용을 형상화함으로써 서정시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준 점을 높이 여겨 당선작으로 뽑았다.
 

당선시 : 야경

 
 
이대의
1960년 평택출생, 방송대 국문과 졸업

 
 
야경
 
 
자정이 넘은 밤길.
눈발은 그치고
마실꾼들 이야기를 밝히는 불빛은
차가운 바람을 달랜다.
불꺼진 방에, 사람은
잠들었을까
조용하다.
개짖는 소리도 잠 못드는 이 밤
우리들은, 마실방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야경을 돈다.
북을 두드리며 마을을 돈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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