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박성룡 , 황동규
장경복의 '전망 좋은 방'은 활달하지 못하고 때로는 어눌한 목소리까지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멋있는 표현'만 읽다가 보니 신선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분명히 소외된 삶을 살고 있을 화자가 진부한 페이소스에 빠지지 않고 동적으로 세계를 보는 그의 의지가 행간에 숨어있는 것을 엿보는 순간을 이 시는 갖고 있다.
동봉한 '공사중'도 좋았으나 정초부터 비속한 표현을 선보일 필요는 없다는데 심사인 둘이 의견을 모았다. 독특하고 큰 시인이 되기를.
당선시 : 전망 좋은 방
장경복
1968년 서울 출생, 충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전망좋은 방
눈을 뜨는 일도 밖을 살피는 일이다
자전거가 내리막에서 급하게 길을 긋거나
아이들의 고무줄놀이가 이곳까지 합창을 날려도
하늘이 가까워 위를 본다, 머리 위엔
길거리만큼 복잡한 햇살의 골목이 있다
떨어진 나뭇잎이 새로 난 신작로를 알려준다 그 도로의 끝엔
임종을 앞두고 화장을 하는 늙은 계절이 있을 것이다
오시지 않는 손님을 마중하러 사람들이 몰려갔다
몇몇은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웠고 저들끼리 싸우는 축도 있었다
연탄 실은 리어카가 그들을 가로질러 갔고
꼬마들이 검은 흔적을 찾아 비닐봉지처럼 날렸다
잘못 켜진 가로등이 창백한 낯빛을 숨겼다
보이는 것은 모두 숨으려 한다 언덕마다
노출된 숨결이 바람을 맞고 오는 동안 야위어갔다
저 혼자 흔들리는 빨래들 속에 피곤한 몸들이 채워질 것이다
겹겹이 채워도 커지지 않는 그림자들
엉킨 전선줄이 헛그물질을 한다 건져지는 것은
해마다 떠나리라는 잡초 같은 소문이었다
발 밑에 별이 깔리기 전에 바빠져야 한다
복잡한 햇살의 골목
급한 참새 한 마리 뛰어나오다
바람에 치여 떨어졌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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