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낭송가협회 " 詩소리 시창작교실" 김용오 교수님 제12교시 강연자료 - 전도(顚倒)
#. 전도(顚倒)
(사전적 의미로는 엎어져서 넘어짐을 말한다)
시상의 의미지향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확장과는 달리 반대방향으로 진행되어 극적 긴장을 나타내는 경우. 예를 들어 진도 아리랑에서 “(1)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 뚫는데(2)우리 임은 있는 구멍도 목 뚫는다.”라고 할 때 (1)은 확장에 속하고 (2)는 전도에 속한다.
(1). 이원적 대립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다른 사람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합니다._ 중략_//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다른 사람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은> 중에서
위의 시는 이원적 대립관계로 이루어진 시다. 다시 말하면 이원적 대립은 역설을 낳고 이 역설은 단순성으로 떨어져 시적 표현이 획일적이라는 뜻이다. 한용운은 역설에 능한 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까닭은 부정을 통해 긍정을 끌어내는 역설의 미학과 당대 역사적 현실인식으로 말미암아 독보적 위상을 지니게 된다는 점에 있다. 또 시와 종교가 어떻게 합일되는가를 보여준 최초의 현대 시인이었다는 점 그리고 정신사적 한 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2)아이러니(irony): 반어(反語)
대상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와는 반대로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올바른 해답을 내리도록 하는 표현기법 이 기법은 재치, 해학, 풍자적 효과를 얻는데 효과적인 방법.
예시).1) 가야산 나옹이 사람을 속이던 곳/나도 그놈에게 속아/해지는 줄 모르고 길을 잃었네. _박석구<가야산>전문
위의 시는 나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찬하고 있다. 시인은 나옹을 선망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2) 한가머니 주어버리고 /부처됐단다.//백가마니 채워/잘 먹고 잘 살라고/ 빼앗기듯 털어주고/부처 됐단다.//마음도 그렇게 털어버리고/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 /부처 됐단다._ 박석구<한 가마니 주어버리고>전문
부처는 거지를 가리킨다. 위의 시는 거지를 부처로 미화 시켰다기보다는 반어법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빼앗긴 자의 아픔을 읊었다. 그래서 흔히들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말 역시 반어다.
(3) 역설(逆設)_( pardox)- 사전적 의미로는 인정되고 있는 진리와 모순되는 의견. 역설은 표면적으로는 모순이 되는 것 같지만 그 진술 속에 더욱 강한 진실이 숨겨있는 표현기교. 이 기교는 독자에게 경이로움과 신선함을 주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예시)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만큼 타락하지 못하고/날이 갈수록 맑아만 가는/그들의 눈동자에 비치는/무너져 버린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거짓말을 못하기에 거짓말에 시달려야하는 그들만의 아픔/날마다 메말라 가는 그들 앞에 서면/ 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나를 속여야 하는/내가 슬프기 때문이다. 박석구<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았기 때문이다”라는 진술은 억지다. 그러나 그렇게 표현함으로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슬픔 분노 아픔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 김소월의 [진달래]는 아니러니와 역설이 함께 들어있는 시다.
0. 좋은 시 감상
하얀 철도
박행신
파란 하늘에
제트기가 날아가더니
두 줄 하얗게 철도를 만들어 놓았다.
하늘 가운데를 가로 질러
기다랗게 피어나는 새하얀 철도
나는 그 위에서
하얀 기차를 타고 달린다.
설레는 꿈을 안고 기다리는
새털구름을 향하여
푸른 역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토막말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 만씩 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 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심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 치며 새겨 읽는다.
-http://cafe.daum.net/speech200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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