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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공손한 손 / 고영민 - 서대선

문근영 2014. 4. 28. 11:33

 

[이 아침의 시] 공손한 손/고영민
 
서대선
공손한 손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손은 제2의 뇌라고 불린답니다. 인체에서 가장 섬세한 동작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손은 대뇌와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어요. 대뇌와 손은 각각 독립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대뇌의 명령에 의해서만 손은 움직인답니다.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은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 해 오고 있지요. 인간의 손을 생각하면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시는 농부의 마디 굵은 손, 세상의 힘들고 거친 일들을 마다않는 노동자의 손, 목수의 손, 기술자의 손, 과학자의 손, 예술가의 손,그리고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양육하시는 부모님의 손,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손처럼 아름다운 손이 있는 가하면 죄를 짓는 부끄러운 손도 있군요.
 
또한 손은 상징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어요. 언어와 청력에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에게 손은 의사소통의 소중한 수단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런가 하면 옛날 로마 시대의 폭군들은 엄지 손가락 하나의 싸인으로 검투사들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잔인한 손이 있었고, 최저생계비를 위해 일용직에 종사하는 분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구조조정 서류에 싸인 하는 비정한 손도 있군요. 또한 다양한 몸짓 중에서도 손으로 보내는 싸인들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제2의 언어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뿐만아니라 종교의식에서도 손의 상징적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Abrahm Maslow의 욕구의 위계론에 따르면 배고픔은 인간의 가장 일차적인 욕구라고 보았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닌거죠. “추운 겨울 어느 날” 고파진 배를 채우려 “식당에 들어”가 보세요.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배고픔”이라는 일차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식당이라는 공간에 일제히 앉아서 “밥”을 기다리는 모습을 둘러보세요. 뭐 성스러운 의식 같지 않나요.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손을 올려놓는 “공손한 손”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한 끼 식사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동과 땀이 배어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공손하게” “감사하며” 밥알 한 톨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하겠지요.
 
우리나라에도 하루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서너 시간 씩 먼 길을 걸어서 무료 급식소에 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춥고 배고픔을 힘들게 견디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이 도처에 있답니다. 함께하는 세상에서 이들을 위한 도움이 몇몇 종교단체의 나눔 행사로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심도 깊게 논의 된 복지정책이 구현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두 손 걷고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기위해 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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