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서울 변두리 구릉산 숲속에서 고라니 두 마리를 만나다

문근영 2014. 4. 17. 08:17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일이다. 강북9산트레킹 코스 답사차 망우리고개에서 망우산과 구릉산 능선을 타고 답사를 하면서 신내동 새우개 고개 방면으로 하산하려는 막바지 답사길이었다. 해는 서쪽으로 서서히 지고 어둠이 막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구릉산 능선을 타다가 구리시립공원묘지가 있는 북쪽 능선을 택하지 않고 강북9산종주 산행코스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쪽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겨 마지막 산봉우리를 넘어 가려는 순간이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얽히고 설킨 숲 속에서 인기척이 들려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니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였다. 해는 이미 서쪽 산 능선을 넘어간 상태로 하늘엔 붉은 노을빛이 겨우 남아 있었고 주변은 서서히 어두워가는 시점이었지만 그 물체의 윤곽은 뚜렸했다. 처음엔 고양이가 놀래 도망가는 줄 알았지만, 순간 살펴보니 몸통이 통통한 것이 고라니로 추정이 되었다. 너무 재빠르게 건너편 숲 속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사진에 담을 여력도 없었고 자세히 관찰할 수도 없었다.

 

 

 

 

고라니가 서식하고 있는 구릉산 서쪽 능선 봉우리 입구. 왼쪽은 서울 신내동. 오른쪽은 구리시 갈매동으로 이어지는 숲길이다.

 

 

구릉산 서쪽 능선 봉우리 정상. 새우개 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현재는 정식 탐방로가 아니다. 이곳에서 고라니를 만났다 

 

 

쓰러진 나뭇가지에 새 둥지가 있다. 사람들이 쉽게 오갈수 없는 환경이어서 고라니 은식처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우연찮게 고라니를 만난 능선 주변은 지난 여름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꽤나 굵은 기둥의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어지럽게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반대쪽 능선은 갈매마을로 이어지는 길이어서 탐방로가 잘 다듬어진 상태였지만 이곳 새우개 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끊기는 곳이어서 길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곳이었다. 이 능선은 3~4년 전까지는 새우개 고개로 이어지는 길이었지만 현재는 서울 신내동과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을 잇는 간선도로가 크게 생기면서 막다른 능선이 된 상태였다.   

 

구릉산은 해발고도가 약 171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산이다. 그러나 서울 신내동과 경기도 구리시를 나누는 시계인데다가 인근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조선왕릉인 동구릉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많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고라니가 발견된 지형은 가파른 경사지였다. 또한 뿌리채 뽑힌 수많은 나무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어 고라니가 은신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제공해 주고 있는 듯 싶었다.  주변엔 가시넝쿨도 많아 사람들이 오가기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숲 속에서 발견한 고라니 배설물. 윤기가 남아 있는 것이 배설한 지 얼마되지 않아 보였다

 

 

고라니를 발견한 숲속을 헤매며 하산할 길을 찾고 있는데 바닥에서 고라니가 남겨 놓은 배설물을 발견했다. 고라니 배설물은 얼마되지 않은 듯 아직 윤기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방금 전에 건너편 경사지로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린 물체가 바로 고라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해주는 증거물이었다. 그런데 고라니 배설물을 발견하고 어렴풋이 길을 찾아 인근 배 과수원 길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방금 전에 목격했던 고라니보다는 덩치가 좀더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방금 전에 발견한 고라니는 건너편 경사지로 도망갔으니 이번에 발견한 고라니는 분명 또다른 고라니였던 셈이다. 역시 고라니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어느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숲 속으로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역시 사진에 담을 여력도 주지 않은 채. 이때 시각은 오후 6시 30분경. 야행성 동물인 고라니가 막 활동을 시작하는 때로 보였다. 가시넝쿨이 많은 숲을 헤치고 안전한 과수원길로 들어서니 과수원을 지키던 개 두 마리가 짓기 시작했다.

 

 

 

서울 신내동과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을 잇는 새우개 고개. 왼쪽 능선 위에 고라니가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가 서식하고 있는 구릉산 새우개 고개 능선 위에서 바라본 신내3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현장.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고라니를 발견한 구릉산 새우개 고개 인근 능선은 얼마전 생긴 간선도로로 인해 일부 능선이 깍여 나간 상태다. 게다가 서울 쪽 능선도 일부 깍인 채 현재 3,600세대 규모의 신내3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구릉산 서북쪽에 자리한 구리시 갈매동에도 현재 보금자리주택단지 건설을 위한 보상작업이 한창이고, 구리와 포천을 연결하는 민자고속도로도 건설될 예정이다. 결국, 구릉산 고라니 서식처가 갈수록 위협을 받는 상황인 셈이다.

 

구릉산 남쪽으로 신내3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가 완공되고 북쪽으론 구리시 갈매동 보금자리주택단지가 들어서면 결국 구릉산에도 사람들을 위한 둘레길이나 산책로가 정식으로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고라니는 결국 자신의 은신처와 생존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 뻔한 일이다. 지금까진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써 과수원 단지나 인근 군부대, 그리고 조선왕릉인 동구릉이 자리하고 있어 나름 숲이 잘 보존되고 있던 곳이었지만 개발의 손길은 이젠 이것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릉산을 탐방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고라니 두 마리.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구릉산 새우개 고개로 하산을 마치니 하늘 빛은 완연한 어둠의 색으로 변해 있었다. 서울과 구리시를 잇는 간선도로 너머론 임대주택단지 건설을 위한 타워크레인이 마치 거대한 골리앗처럼 서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아파트촌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우고 고개 위에서 구릉산 쪽을 바라보니, 방금 전에 만난 고라니들이 숨어 이곳을 내려다보는 듯 싶었다. 

출처 : 트레킹 라이프
글쓴이 : 루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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