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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 가을>
돌아오는 길은 되레 멀고도 낯설었다 북위 삼십칠도, 이정표 하나 없고 피멍든 망막 너머로 구절초 곱게 지는데
귀 익은 사투리에 팔다리가 풀리면 단풍보다 곱게 와서 산통은 기다리고 한세상 헤매던 꿈이 붉게붉게 고였다
숨겨온 아픔들은 뜯겨나간 은빛 비늘, 먼 바다를 풀어서 목숨마저 풀어서 물살을 차고 오르는 연어들의 옥쇄玉碎 행렬
건듯 부는 바람에도 산 하나가 사라지듯 끝없이 저를 비우는 강물과 가을 사이 달빛에 길 하나 건져 온몸으로 감는다
<김미정시인의 약력> * 경북 영천 출생 * 2003년 대구시조 주최 전국시조공모전 장원 *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원 * 대구문인협회원 * 한결 동인 * 시집 <고요한 둘레>
민병도 시인의 해설을 본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대로 내용은 울진의 왕피천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가 먼 바다로 나가서 일정기간 성장한 후 어미 연어가 되어 종種의 번식을 위해 모토母土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외양상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힘겨운 귀향에 대한 연민이 시적 동기이겠으나 기에는 몇 가지 메시지가 장치되어 있다. 이를테면 모토에의 회귀를 외경畏敬시 함으로써 자연이 지닌 순정성에 동의하고 간접적으로 인간의 사회적 삶이 지녀야 할 도덕성이라는 공적 감정에 귀착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죽음을 향해 ‘물살을 차고 오르는 연어들의’ 처절한 행렬은 분명 ‘옥쇄’에 다름이 아니다. 하지만 그 죽음의 존재론적 의미 안에 들어가면 세상의 어떤 생명체도 거부할 수 없는 순리이자 순명이 잠재되어 있다. 그러기에 ‘끝없이 저를 비우는 강물과 가을 사이’에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들을 ‘온몸으로 감’고 생을 마칠 수가 있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발견과 관찰은 일반적인 범례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깊고 섬세한 사유가 보태짐으로써 우수한 평가를 이끌어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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