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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72>신필영 시인의 “마른 강을 건넌다”

문근영 2014. 2. 17. 14:41

 

<윤종남의 시읽기 72>신필영 시인의 “마른 강을 건넌다”
편집국, 2011-09-27 오후 10:47:03  

 
<마른 강을 건넌다>

잠시 멈춰서야 잘 보이는 길이 있다

오고가는 언약들의 횡단보도 이쯤에서

보낼 것 다 보내도록 촉수 접고 서는 자리

팔 벌려 막아서며 희게 지른 빗장들은

서툰 발길 옮겨주는 징검다리 되는구나

붉었던 순간의 일들이 푸른 등에 풀려나듯

허락된 말미로는 아무래도 넉넉잖아

산란기 어족처럼 번득이는 저 눈빛들

가늠할 겨를도 없이 마른 강 건넌다

<신필영 시인의 약력>
1983년 한국일보로 등단
이호우문학상등 수상
둥근집, 지귀의 낮잠 등 시집출간

박기섭 시인의 해설을 본다
마른 강을 건넌다는 “마른 강” 심상을 끌어왔지만, 실상은 도시 속의 건널목 풍경이다. “잠시 멈춰서야 잘 보이는 길.” 숱한 “언약들” 이 교차하는 생존의 현장인 그 곳. 건널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산란기 어족처럼 번득이는” “눈빛들”을 보았기에 횡단보도를 “마른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때 횡단보도의 표시선은 “희게 지른 빗장”인가 하면, 그 강을 건너는 “서툰 발길 옮겨주는 징검다리”이기도 한다. 붉고 푸른 신호등의 불빛을 인간사에 비유한 둘째 수 종장은 수월하게 읽히지만 결코 수월한 표현이 아니다.
“붉었던 순간의 일들이 푸른 등에 풀려나듯” 이 한 구절에 인간사의 한 단면이 들어 있다. 그만큼 절실하게 다가온다는 말이다. 세상의 일들은 어차피 “허락된 말미”의 기록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넉넉잖아” 한시도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는 무리들. 무언가 “가늠할 겨를도 없이” 마른 강을 건너는 모습에서 강파르고 야박한 현대인의 실상을 본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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