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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102> 박현덕 시인의 “송정리 詩篇”

문근영 2014. 2. 1. 14:39

<윤종남의 시읽기 102> 박현덕 시인의 “송정리 詩篇”
편집국, 2011-11-07 오후 12:30:22  
 
<송정리 詩篇>

빗방울 후두둑 옥탑방을 때린다 밤의 시장 훤히 보이
는 감옥에서 노파가 산다 왼종일 작부들 빨래하며 간경
화를 버틴다

유곽의 거친 들판 컹컹 개처럼 헤매다 더 이상 갈 곳
없어 햇살에 이끌려 작부는 곱추 아들 데리고 송정리로
다시 왔다

저녁이면 시장은 물결에 흐느적거린다 송곳 같은 말
들과 안개를 투과한 노래들 펑펑펑 축포인 듯 놀란 맥
주병 따는 소리

불타는 하루의 강기슭에서 곱추는, 삐끼를 한다 한
때 푸른 나무였던 노파 위해 아침녘 약봉지 들고 옥탑
방 계단 오른다


<박현덕시인의 약력>
1967년 전남 완도 출생. 광주대 문창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7년 <시조문학> 천료.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중앙시조대상,한국시조 작품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
시집<겨울 삽화> <밤길><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스쿠터 언니>
현재, 광주대 강사. '역류' 동인


고명철 평론가의 해설을 본다
송정리의 내력이 요란스럽지 않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그 어떤 존재의 존재성도 눈곱만치 존중하지 않는 “송곳 같은 말”이 난무하고, 헤아릴 수 없는 깊고 깊은 사연이 희부윰한 “안개를 투과한 노래”로 자욱하며, 세상의 온갖 기쁨을 절정에서 누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맥주병 따는 소리”로 공명하는 유곽, 그렇게 송정리는 밤에 갖가지 야화夜花를 피워낸다.
그곳은 묘한데, 작부들은 그곳을 영원히 떠날 수 없다. 떠났던 작부는 “곱추 아들 데리고 송정리로 다시” 돌아와, “왼종일 작부들 빨래하며 간경화를 버”티며 살아간다. 유곽 송정리는 작부들의 삶터 그 자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부들은 삶을 마감한다.
이 시인에게 송정리란 공간은 유한자로서 인간의 성과 속을 새롭게 발견하는 곳이면서, 한국사의 뒤틀린 근대성을 적나라하게 응시할 수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송정리는 이처럼 시인의 문제의식을 더욱 웅숭깊게 하는 문제적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아직도 제국의 지배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식민의 잔재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예각적 문제의식을 드러낸 시조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볍게 넘겨볼 수 없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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