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송찬호 |
| 사슴뿔 숙제 사슴을 그리다가 뿔을 잘못 그려 지우개로 지웠다 뿔을 다시 그리면서 사슴에게 내는 숙제 너에게 꼭 맞는 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 앞으로 네가 튼튼하고 크게 키워 # 영국의 소설가 H.G. 웰스(Herbert Gorge Wells, 1866-1946)의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에서처럼,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자신의 삶의 지우고 싶었던 부분을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우개로 지운 자리에 보다 성숙되고 지혜로운 판단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과거의 미래인 현재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요. 지우개가 없던 시절,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축축한 진흙 판에 쓴 글자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우고 다시 고쳤고,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에 잉크로 썼던 글자를 젖은 헝겊으로 지웠으며, 이미 말라버린 잉크는 칼날로 긁어내 버렸다는 군요. 그 후로 지우개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빵‘을 사용하여 연필로 씌여진 글자나 그림을 지웠답니다. 1770년 영국의 과학자 조셉 프리스틀리가 “생고무로 문지르다”라는 의미를 가진 천연고무지우개(rubber)를 발명한 것이 지우개의 기원이랍니다. “사슴을 그리다가/뿔을 잘못 그려/지우개로 지웠다“그래요. 이 대목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지요. 그런데, ”뿔을 다시 그리면서/사슴에게“ 오히려 "숙제”를 내주는 군요. 지우개로 지워진 사슴 머리 위에 어린아이가 그려 넣기엔 너무도 어려운 커다란 뿔 대신 조그만 뿔을 그려주고는 “너에게 꼭 맞는/작은 뿔을 그려 줄 테니까/앞으로 네가 튼튼하고 크게 키워”라고 오히려 그림 속 사슴에게 부탁하는 군요. 그래요. 살아가다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삶의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이 자신보다, 현실보다 너무 높은 기대치로 인해 잘못 그려진 삶의 모습이었다면 마음의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내 안에서 깜빡이고 있는 자기 존중감과 자기 사랑을 양손으로 잡고서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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