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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먼 후일을 읽는 밤> 시인, 서안나
여자와 남자는 차례로 시들었다 눈동자와 심장에서 썩은 냄새가 났다 사라진 몸 쪽으로 피가 쏠렸다 세상의 연인들은 없는 손으로 편지를 쓰고 없는 입술로 사랑을 고백했다
사랑이 무리져 지나갔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나는 무엇을 아는가 질문 들이 흔들렸다 흔들릴수록 물결이 되고 여자와 남자가 뒤섞이고 가슴과 가슴이 마주쳤다 파문이 되었다 서로의 입술을 훔칠 듯 말듯 스치는 이마 와 이마가 캄캄하다 그리움은 뿌리가 쉽게 상했다
가슴을 찢어 상한 진흙 손가락을 슬며시 내미는 사람 혼돈이 눈알을 파고 든 뒤에야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기록되거나 첨가되었다
<체크무늬에 관한 질문>
당신은 세로로 가고 나는 가로로 간다
당신에겐 왜 자꾸 묻고 싶어지는 걸까요 당신은 왜 새처럼 늘 날아가려 하는지 새들은 왜 시들지 않는지 사랑을 거쳐 간 마음들은 어디에 도착하는 걸까요 마음엔 왜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지 구멍에서 왜 밤마다 우는 뱀이 기어 나오는지 뿌리들은 왜 캄캄한가요 나무들은 왜 세상 밖으로 가지를 뻗는 건가요 당신이 받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빨간 종이를 줄까요 파란 종이를 줄까요 유령들은 왜 다리가 없는걸까요 당신은 왜 유령처럼 나를 스쳐가기만 하나요 우리는 왜 직각으로만 만나는 걸까요 사랑은 왜 질문들로 가득 차는 건가요 당신은 왜 도착하지 못하나요
당신은 왜 세로로 가고 나는 가로로만 가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