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김언
나무 한 그루 만들지 않고 숲이 되는 방식을
손 한번 잡지 않고 애인이 되는 방식으로
피 한번 섞지 않고 형제가 되는 방식에서
눈 한번 주지 않고 경치가 되고 풍경이 되는
그 기특한 방식과 더불어
풀이 자라는 방향으로
꽃망울이 터지는 방향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좀 더 축축하게
가라앉는 그 문장을
모조리 끌어올려
새로 태어나는 나무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나무가 자라는 방향으로
말은 퍼진다
하늘인가 땅인가
이 방향인가
저 방향인가
나뭇가지가 퍼지는 모양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풀도 나무도
숲도 모조리 끌어올려
말은 터진다
몸 한번 섞지 않고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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