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말 - 김언

문근영 2013. 12. 18. 12:44

 

김언

 

 

 

나무 한 그루 만들지 않고 숲이 되는 방식을

손 한번 잡지 않고 애인이 되는 방식으로

피 한번 섞지 않고 형제가 되는 방식에서

눈 한번 주지 않고 경치가 되고 풍경이 되는

그 기특한 방식과 더불어

풀이 자라는 방향으로

꽃망울이 터지는 방향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좀 더 축축하게

가라앉는 그 문장을

모조리 끌어올려

새로 태어나는 나무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나무가 자라는 방향으로

말은 퍼진다

하늘인가 땅인가

이 방향인가

저 방향인가

나뭇가지가 퍼지는 모양으로

하늘보다는 땅에 가깝게

뿌리보다는

좀 더 뿌리 밑으로

풀도 나무도

숲도 모조리 끌어올려

말은 터진다

몸 한번 섞지 않고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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