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파도는 - 오세영

문근영 2013. 12. 18. 12:45

파도는

 

오세영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스러짐이 좋은 것이다.

아무 미련 없이

산산히 무너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최후가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흰 포말로 돌아감이 좋은 것이다.

그를 위해 소중히 지켜온

자신의 지닌 모두 것들을 후회 없이 갖다 바치는

그 최선이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고고하게 부르짖는 외침이 좋은 것이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었던 한마디 말을

확실히 고백할 수 있는 그 결단의 순간이 좋은 것이다.

아,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거친 대양을 넘어서, 사나운 해협을 넘어서

드디어

해안에 도달하는 그 행적이 좋은 것이다.

스러져 수평으로 돌아가는

그 한 생이 좋은 것이다.

 

 

-시집 『밤하늘의 바둑판』(서정시학, 2011)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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