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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97) - 현실 탐사의 명징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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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오 은
일 분 안에 달아올랐다가
일 초 만에 등을 돌린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역사
그러나 영원하지 않다
순간만이 영원하다
영원히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국기가 올라간다
국가가 울려 퍼진다
이마를 맞대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네 손등 위에 내 손바닥을 포개고
우리는 굳은살처럼 단단해진다
사이좋게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눈빛은 언제나 강렬해야 한다
일 분 만에 얻은 기회가
일 초 안에 기포가 된다
일분일초가 아득한 역사
그러나 기억하지 않는다
단지 나만 기억한다
기억의 중심엔 나만 있을 뿐이다
어김없이
한쪽은 이기고
다른 한쪽은 졌다
입 냄새에는 땀 냄새로 응수한다
사이좋게
두 팔을 올리고
침을 뱉는다
국기가 내려간다
국가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출구에서는 너도나도
안녕, 안녕
구현되는 뿔뿔이 민주주의
# 젊은 감각은 신선하고 발랄하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의 영역을 개척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지점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낡고 진부한 사유에 매몰된 시들은 눈앞의 얕은 풍경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 열정도 광기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스파크도 없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음식을 뒤적거려야 하는 고역은 행복한 경험이 아니다.
오 은 시인은 독자를 낯선 감각의 영지로 이끈다. 잘 지은 시의 집이 빈틈없이 안정적이고 구도 역시 잘 짜여져 있다. 웬만한 태풍에도 끄덕 하지 않을 견고한 건축물이다. 집의 택호부터 눈길을 끈다. 「팀」은 단독자, 개별자와 대척의 자리에 있다. 집단, 떼거리, 무리는 집단 사유에 쉽게 길들여지고 획일화된 질서에 편입되어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다. 일종의 약자의 방어기제이며 생존 전략이다. 현실의 내부에는 무수히 많은 집단이 형성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의 동력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이익 추구 집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고, 집단의 조직 또한 내부 충돌에 의해 쉽게 분열되고 와해된다.
이 시의 화자는 ‘팀’과 ‘개별자’를 대립적 구도로 설정하고 ‘팀’의 허구성을 발랄한 감각적 언술로 드러낸다. 결코 영원하지 않을 이해관계로 얽혀 ‘팀’이 만들어지고 ‘굳은살처럼 단단해’지지만 내부 감시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강렬한 눈빛으로 무장하고 싸워야 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견고한 조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고군분투하는 것만이 이겨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팀’의 현실은 ‘일 분 만에 얻은 기회가 / 일 초 안에 기포가‘ 되는 예측불허의 가변적 공간이다.
‘팀’이 거대 이데올로기와 연결될 때 내부의 공고한 질서는 한층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기고 지는 승패의 문제에 직면할 때 ‘팀’과 ‘팀’의 충돌은 더욱 날카로운 대립적 예각으로 맞서게 된다.
이처럼 「팀」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작품이다. 외형은 스포츠의 ‘팀’을 떠올리게 되지만 시의 화자는 단순히 운동 경기를 하는 ‘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집단의 허구적 속성을 발언하고 있는 것이다. ‘팀’의 내부적 결속을 다지게 했던 ‘국기’나 ‘국가’가 들어서지 못하는 곳은 어떠한 질서나 제도에도 구속되지 않은 자유인으로서의 단독자가 최종적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세포분열하듯 ‘팀’은 전체에서 개인으로 되돌아가고, 바로 그 자리가 삶의 본래 자리임을 말한다. 그리하여 ‘출구’는 집단에서 개인으로 존재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자궁인 셈이다. 그 때 비로소 ‘구현되는 뿔뿔이 민주주의’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게 되고, 한동안 은폐되어 있던 적나라한 존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 탐사의 명징한 시선이 돋보이는 오 은 시인은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특이한 재주를 가졌다. 시의 보법이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진중하다. 현실의 문제를 깊이 있게 견인하는 사유의 장력 또한 만만치 않아 앞으로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의 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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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편집위원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전문지 『시로 여는 세상』 주간)
-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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