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옥정분교 / 박성우

문근영 2013. 12. 18. 00:57

 

 

옥정분교 / 박성우

 

 

 옥정분교 화단에는 해바라기 몇이 입 언저리로 샛노란 햇볕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입안 가득 참고 있던 웃음을 한바탕 쏟아 낼 적이면 뺨에 빼곡이 박힌 주근깨가 쏟아져 내릴 것 같던 계집아이, 참나리를 꼭 빼닮아 수줍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얀 벽 타고 오르던 덩굴식물은 유리창 틈 밀치며 교실 안쪽을 궁금해 했다 아이들 몇은 운동장 옆 느티나무숲으로 쏠려 다녔다 비릿한 냄새 가시지 않은 통발에 매미를 잡아넣으며 며칠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마저 채워 넣고 있었다

 

 화단에서 샛노란 햇볕을 귀밑까지 찢어 반기던 해바라기가 온데간데없이 모이지 않는다 해바라기가 서 있던 자리에는 옥수수가 일렬로 줄지어 서서, 지루한 학교장 훈시가 시작되기 직전처럼 양팔을 대충 벌리고 틀어진 줄과 간격을 맞춰 보고 있다 조용, 이곳은 문 닫은 학교인 갈담초교 옥정분교입니다......2002년 3월 2일 갈담초등학교장, 운동장에는 잡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신 땅따먹기 놀이에 열중이다

 

 임실군 강진면 문방리에 가면 문치마을이 있다 문치마을에는 구멍가게가 없고 속셈 학원이 없고 갈담초등학교 옥정분교가 있던 자리가 있다

 

- 시집『가뜬한 잠』(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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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입학식이 있을 터이지만 올해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에 116곳이나 된다. 전남이 45곳으로 가장 많고 강원 21곳 경북 20곳 등의 순이다. 농촌인구는 갈수록 줄어 지난해 3백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그중의 1/3이 넘는 110만 명은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지금 같은 학생 감소세가 이어지면 몇 년 안에 폐교가 속출할 것이고, 폐교가 현실로 다가오면 마을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전교생이 10명 이내인 분교가 대부분이고, 1명인 ‘초미니’ 분교도 전남에만 6곳이다.

 

 각 시도교육청과 해당 지자체는 소규모 학교를 되살리려고 다양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해 학생을 유치하고 있으나 출산율 저하와 이농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역부족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제주 애월초등 더럭분교는 학생수가 1년 만에 16명이나 늘어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살리면서 인구 유입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마을 공동소유 임야를 매각한 돈으로 집을 지어 월17만원의 싼 임대료만 받고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를 전국적으로 모집했던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옥정분교'는 손쓸 새도 없이 일찌감치 시작된 젊은 층의 농촌이탈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다 십년 전 문을 닫은 학교다. 그런데 시에서는 폐교의 신산스러움 보다는 그늘 없는 정겹고 환한 풍경들로 운동장을 메우고 있다. 우거진 잡풀들조차 삼삼오오 모여 앉아 땅따먹기 하는 아이들처럼 보인다. 천연덕스럽게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가락이 정갈하고 발성법은 맑다. 서글픔과 비애가 한꺼번에 얼비쳐 슬픔과 웃음의 정서가 따로 놀지 않는다. 문치마을에 다시 구멍가게가 생기고 속셈학원이 들어서게 할 방도는 정녕 없는 걸까.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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