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조지훈
다부원(多富院)에서
한 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려 울부짖던 곳
아 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에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전쟁은 수단을 달리한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전언한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z:1780-1831)의 말을 다시한번 곱씹게 하는 유월입니다. 모든 전쟁의 이면에는 정치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에 “피아 공방의 포화가” 목적을 이룰 때까지 “울부짖”는 것이며,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산과 들과 계곡에서 “간 고등어 냄새로 썩”어가며“,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하는 것이 전쟁인 것이지요.
“어머니, 우물물에 띄운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어요” 라던 소년병의 작은 소망이, “조그만 마을 하나를/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산화한 소중한 생명들에 대한 배려가 정치 속에 들어 있었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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