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04 | 주 먹 | 이시가와 다쿠보쿠 | ||||
| ||||
| 주먹 이시가와 다쿠보쿠 나보다 부자인 친구에게 동정 받아서 혹은 나보다 강한 친구에게 놀림 당해서 울컥 화가 나 주먹을 휘둘렀을 때 화나지 않는 또 하나의 마음이 죄인처럼 공손히 그 성난 마음 한편 구석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덥지 못함. 아아, 미덥지 못함. 하는 짓이 곤란한 주먹을 가지고 너는 누구를 칠 것인가 친구인가, 너 자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 죄 없는 옆의 기둥인가 산다는 게, 살아가는 게 죄 짓는 일의 연속이다. 둥근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보내고 처음 이 세상과 조우할 때, 인간이 손에 쥔 것은 두 주먹밖에 없다. 아프락사스, 부리 대신 주먹으로 한 세계를 깨부수고 다른 세계를 만난 것이다. 인간은 두 주먹 불끈 쥐고 험난한 가시밭길 세상을 헤쳐 나간다. 배고플 때 주먹을 깨물었다는 말, 그건 살아남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리라. 그런데 세상은 주먹만 가지고서는 살 수가 없다. 요즘엔 돈이 주먹이고 권력이 주먹이고 학벌이 주먹이다. 주먹이 변변치 못해 마음속에 세상을 향한 분노의 카운터블로를 숨기고 다니는 사람이여, 당신의 적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적은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의 연약한 이웃이 아니다. 죄 없는 기둥, 만만한 문짝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한들 결국 누가 먼저 쓰러지겠는가? 당신의 적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도 않았는데…….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천양희 - 단추를 채우며 (0) | 2013.11.25 |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113) - 격절과 악몽의 시선 (0) | 2013.11.25 |
| [스크랩]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105 - 화살나무/ 박남준 (0) | 2013.11.25 |
|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강희근 - 보리밥 집에서 (0) | 2013.11.25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114) - 고독의 서사 (0) | 2013.11.25 |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