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천양희 ]
단추를 채우며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찿기 같은 것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사회조망능력(social perspective taking)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사회조망능력 발달이론을 정립한 Selman(1975)은 3-6세 아동은 미분화적이고 자아중심적어서 타인의 감정과 사고를 관찰하고 인지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심리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은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7-12세가 되면 자기 반성적사고가 가능해지고, 두 사람 간의 상호 호혜적인 사회적 조망이 가능하다고 하였어요.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한 타인의 조망을 예상할 수 있어서, 이런 예상이 타인에 대한 자신의 조망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게 되지요. 그 이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제3자의 관점을 받아들여 양자 간의 관계도 제3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추리가 가능해진다고 보았어요. 그리고 성인이 되면 심층적이고도 사회구조적인 조망이 가능해져 인간의 행동, 사고, 동기, 감정들이 심리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법률과 도덕성의 측면까지 고려한 사회적 조망이 가능해진다고 보았어요.
"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와 같은 반성적 성찰에도 불구하고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그래, 그래 산다는건/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찿기 같은 것"이라고 단정하고 슬퍼하지 말기 바랍니다. 당신은 더 높은 단계의 조망능력의 세계로 떠나지 못한 채, 마치 걸리버처럼 소인국에서 소인들이 정해놓은 조망의 덫에 칭칭 감겨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인간은 "의미의 의지(will to meaning)"를 가진 존재이며, "의지의 자유(freedom of will)"를 가진 존재라고 실존주의 심리학자 빅터 후랑클(Victor Emil Frankl, 1905-1997)은 강조했어요. 나를 가두고 있는 저급한 조망의 덫을 떨치고 정신의 더 높은 조망의 고지를 향해 떠나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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