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강희근 |
보리밥 집에서
보리밥 집에 들어가면
들어가는 사람끼리 사촌이 된다 이종이 되거나
고종이 되거나
보리밥, 보리떡, 보릿고개에 허기를 맡기던
우리네의 시렁,
우리네의 밥상을 아련히 지나온 세월이면
다정한 밥상으로 피가 흐른다
고추장에 된장에 또 나물무침에 세월의 맛이 흐르고
동기간의 애환이 접시 가득 뚝배기 가득 차오른다
오늘은 산양읍으로 들어가는 길목
따라 들어오는 바다 저만치 떼어놓고, 낯익은
기슭 언덕배기
민속 보리밥집에 들어, 된장국 바라본다
코가 찡하다 이것저것 넣고 비빌 수가 없구나
잘 익은 고추장을 보리밥에 떠 넣고
혈연의 어리비치는 빛깔로, 그 빛깔로만 비빈다
밥집 바깥에는 차들이 씽씽 지나가고
건너편 산중턱 절간에서는 초파일 장부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관세음보살,
보리밥집에 들어가면 숟가락 뜨는 것이 염불이다
염불로 마신 반주 한잔
벌써 누이들의 간에 기별이 가고 있는가
얼굴이 복닥하다
# 슬로푸드(slow food)는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대립 개념이랍니다.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를 심벌로 하고 있는 슬로푸드 운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육된 농산물을 식재료로 하여 직접 만드는 전통식품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패스트푸드(fast food)란 현대인들이 속도의 노예가 되어 전통적인 생활습관과 음식문화를 버리고 대량생산, 규격화, 기계화 등을 통해 맛을 획일화 시킨 음식으로 우리 신체에 비만을 비롯해 각종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는 일종의 쓰레기음식(junk food)들이지요.
"보리밥 집에 들어가면/들어가는 사람끼리 사촌이 된다 이종이 되거나/고종이 되거나/보리밥, 보리떡, 보릿고개에 허기를 맡기던/우리네의 시렁,/우리네의 밥상을 아련히 지나온 세월"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찿는 "보리밥"은 "춘궁기(春窮期)"를 거쳐 온 삶이 추억하는 음식이지요.
"고추장에 된장에 또 나물무침에 세월의 맛이 흐르고/동기간의 애환이 접시 가득 뚝배기 가득 차오른다" "코가 찡하다 이것저것 넣고 비빌 수가 없구나/잘 익은 고추장을 보리밥에 떠 넣고/혈연의 어리비치는 빛깔로, 그 빛깔로만 비"벼 보는 추억의 음식이 오늘날은 슬로푸드로서 권장되는 음식이 되었군요.
현대의학과 영양학의 발달로 식생활이 유전자와 생체조절기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요.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돌입한 세상에서, 속도전에 내몰려 패스트푸드(fast food)로 허기를 때우며 제대로 된 건강한 음식조차 먹을 수 없는 삶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 출처: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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