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남편
안 취하려 안 취하려 하다가
사람들 너무 좋아
그만 고주망태기로 돌아와 누운 밤
오늘도 어김없이
아내는 바가지를 긁는다
당신, 이럴 줄 몰랐어요
정말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이렇게 한심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저 혼자 실컷 왜장 치다가
저 혼자 실컷 핏대 올리다가
저 혼자 실컷 신경질 내다가
이것만 지키면 만점 남편이라며
아내는 순식간에 몇 항목 종이에 쓴다
쓰고 큰 소리로 읽는다
-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것
-이, 술 마시지 말고 빨리 귀가할 것
-삼, 제 물건은 제 자리에-책, 담배, 양말 등
-사, 하루 삼십분 가족들과 대화할 것
-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목욕할 것
하고 목청 높여 읽다 말고
아이고, 답답한 이 남편네야
아이고, 폭폭한 이 서방네야
아이고, 철없는 이 신랑님아
하며 내 갈비뼈와 엉덩이
마구 꼬집는다 주먹 꼬나쥐고
팍팍 쳐댄다 아이고, 사람 살려요.
# "당신, 이럴 줄 몰랐어요/정말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이렇게 한심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저 혼자 실컷 왜장 치다가/저 혼자 실컷 핏대 올리다가/저 혼자 실컷 신경질 내"보는 날들이 있었다면 당신은 부부갈등의 문으로 한발 들여 놓으신 거군요.
부부갈등의 주된 원인은 첫째, 어린 시절 발달단계에서 인간관계의 기본을 형성하게 되는 부모나 초기 양육자와의 애착 발달이라는 발달과업이 충분하게 이루어 지지 못해서 생기게 된 어린 시절의 상처와 미해결의 과제가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투사되는 경우랍니다. 둘째,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가 부모님의 어느 부분과 겹쳐진다고 느끼어 그 이미지를 재구성하였던 결과랍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 1900-1980)은 타인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자기도취나, 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고착에서 벗어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보았어요. 어떤 배우자도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대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E. From은 사랑의 실천을 위해서는 "훈련" "정신집중" "인내"가 필요하다고 보았어요. 내 스스로가 홀로 설 수 없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집착한다면 그 배우자는 생명의 구조자일 수는 있어도 사랑하는 관계는 아닌 것이지요. 배우자 없이도 "나" 자신을 느끼도록 "훈련"할 것을 강조합니다. 즉, 내 힘의 중심으로서, 나의 세계의 창조자로서 나를 느끼기 위해서는 홀로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랍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정신집중"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신생아의 어머니와 같은 태도이지요. 아무리 고단해도 신생아의 어머니는 아기의 작은 뒤척임, 작은 울음소리에 잠을 깨지요. 이는 자식이 보내는 모든 의미 있는 전언에 대해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빈틈없는 민감성과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생각해 볼까요? 우리가 과연 배우자가 보내는 의미 있는 전언에 이처럼 민감하게 집중하고 있는 가를!
"인내"는 "훈련"이나 "정신집중"보다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겠지요, 그러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기를 생각해보세요.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아기는 걷기위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여, 결국은 어느 날 넘어지지 않고 걷게 된답니다. 우리가 배우자를 위하여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기와 같은 "인내"를 실천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였답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 출처 : 문화저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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