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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만수] 고라니

문근영 2013. 9. 22. 14:24

고라니

 

김만수

 

 

고라니고라니고라니

고라니라고 중얼거리다보면 보인다

보현산 참새미

굴러오는 물방울 더미

 

저쪽 고구마밭머리 멀뚱하니 선 채

먼 하늘

아득히 따라가는

눈 맑은 수수꽃다리 너

 

보급투쟁 내려온

어린 파르티잔 같다

 

 

 

ㅡ출처 : 시집 『바닷가 부족들』(애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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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사슴과의 짐승으로

노루와 비슷하나 암수 모두 뿔이 없고 털이 거칠다

등은 담황색이고 배는 흰색이며, 앞다리는 적색이다

송곳 모양으로 길게 자란 견치로 나무뿌리를 캐어 먹는다

무성한 관목림에 살며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보현산 참새미 아니라 어디라도

제 환경이 맞으면 숨어 살며

마을 근처에 나타나 먹이를 사냥한다

어쩌다 마주친 고라니의 모습이 마치

눈 맑은 수수꽃다리 같다고 해서

시적화자가 탄성을 지르는데 순수해서다

고라니는 그리 크지 않다

어찌 보면 작아서 귀여울 수도 있다

먹이 사냥 나온 어린 고라니를

어린 파르티잔이라고 불렀는데

파르티잔이 무엇인가?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조직된 유격대, 또는 빨치산을 가리키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린 고라니에게 그 이름은 좀 거칠지 않았나 싶다

어떤 생명이든 먹이를 구하기 위해선 필사적이다

더욱이나 새끼를 기르는 어미의 먹이 사냥은 처절할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고라니와 어린 파르티잔과의 관계가 궁금하다

옛날 보현산은 오지다. 지금도 첩첩 산중이고 그렇다

고라니가 먹이 사냥을 위해 출몰한 것이나

파르티잔이 목적을 위해 출몰한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시인이 이 시에서 회상하는 것은

보현산의 풍경과 그 속의 삶의 흔적과 잔상을

잔잔하게 또는 경쾌하게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잔상은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시적화자의 모습을 보자

 

‘저쪽 고구마밭머리 멀뚱하니 선 채

먼 하늘

아득히 따라가는

눈 맑은 수수꽃다리 너‘

라고 하지 않는가

 

전쟁의 상흔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는 이유가 될 때가 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시하늘/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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