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정수자
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
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직립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
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
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설 뿐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
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
ㅡ『개화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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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목이라고도 불려지는 한국 제일의 소나무 금강송의 위용을 본 적이 있는지?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텔레비번 화면에서나마 겨우 봤다면 지금 당장 경북 울진군 남면 소광리로 한 번 가보시라. 그곳에 가서 금강송을 두 팔로 껴안은 채 가만히 눈감고 귀를 갖다대면 금강송의 푸른 결기가 건너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제22회 이영도 시조문학 수상작인 정수자의 신작 시조「금강송」은 하늘 높이 치솟은 금강송의 위용과 결기를 시의 표현 그대로 군말이나 수사 따위는 버린 금강의 직필로 그려내고 있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 “서슬 푸른 직립”의 “개골의 결기 같은” 또 “골법 같은” 금강송의 내면 자태를 이렇게도 분명하고도 직핍하게 그려내는 게 자유시로도 가능할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셋째 시조의 종장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는 노래는 가히 절창이다. 금강송이 갖는 위용의 결기와 정수자의 시조가 갖는 결기가 하나로 딱 맞아떨어진 듯하다. 수백 년이나 이어져 온 우리 시가인 시조(時調)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나도 이제 저 시조의 품격을 배우고 싶다.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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