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구광렬
동굴 같은 입속으로 생선 토막 가져간다
생선의 살점이 나의 살점이 되면
피부에선 바다 냄새 피어나고
목에선 살점의 살점이었던
해초나 작은 고기들이 살랑거려
간지럼 잘 타는 난, 양수 속 태아처럼
꼬리뼈를 흔들며 또 물 없는 물을 방황하겠지만,
살점은 이동하는 것이다
어제 네 살점은
오늘 내 살점이 되고
오늘 내 살점은
내일, 도 다른 살점의 살점이 되니
먹은 만큼 먹힘으로써만 갚게 되는 빚
생선은 너덜너덜 걸레가 되면서까지
빌려준 적도 없는 그 빚을
한 입 두 입 나에게 갚고 있다
난, 젓가락으로 뻔뻔스레 대가리와 꽁지,
가시와 등뼈를 영수증으로 남기고
ㅡ출처 : 시집 『불맛』(실천문학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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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낮추는 태도를 보이는 윤리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세계와 마주할 때 보이는 이러한 윤리는
자연이 베푼 생명의 이치와 은혜를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생선 토막을 먹는데
‘생선의 살점이 나의 살점이 되면
피부에선 바다 냄새 피어나고
목에선 살점의 살점이었던
해초나 작은 고기들이 살랑거‘린다고 말한다
물고기가 먹는 양식이 프랑크톤이고 해초다
그렇다면 그 생선을 먹은 나에게서
바다 냄새가 나고 해초나 작은 고기들이 살랑거린다는 얘기는 맞다
따라서 뭇 생명들의 살점은 먹힘을 통해 타자의 몸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어나간다
시적 화자도
‘살점은 이동하는 것이다
어제 네 살점은
오늘 내 살점이 되고
오늘 내 살점은
내일, 도 다른 살점의 살점이‘ 된다면서
살점의 이동 회로를 말하고 있다
‘ 먹은 만큼 먹힘으로써만 갚게 되는 빚’이라는 건
자연이 베푼 생명의 이치와 은혜를 생각하고
살점의 사슬로 존재하는 자연의 삶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뜻일 게다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있어
살벌한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이 시는 형이상학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명과 생명은 죽음(먹힘)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각해보라
먹힘을 통해 우리 속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동안에
시인의 인식은 저만큼 깊게 물들고 있었다
대가리와 꽁지, 가시와 등뼈가 무엇인가
살점을 살점답게 지탱시킨 영수증이라고 하는
기막힌 발상을 읽는다
요즘 일본 원전에서 흘려보낸 원자찌꺼기로
바닷물이 오염되어 생선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횟집도 그렇고 생선가게도 설렁하다고 한다
안전을 확인해줘도 무관심하다고 한다
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회를 먹었다
맛은 그대로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참 궁금하다
오늘의 네 살점은
내일의 내 살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이다, 이젠
허허, 그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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