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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찬선] 궁궁을을 -약한 사람들의 세상이 곧 온다

문근영 2013. 9. 18. 12:39

궁궁을을

-약한 사람들의 세상이 곧 온다

 

박찬선

 

 

갑오세甲午歲 가보세 그려

어언 일백 년 거친 이랑 넘어온 오늘

아직도 사람들은 전쟁, 혁명, 봉기, 반란, 운동. 싸움이라고

제 생각만을 고집하고 있지만

궁궁을을弓弓乙乙

뜻 막혀  저승이 된 길목에서

한 많은 넋 위로하는 제祭 올리고

원혼 달래주는 진혼 굿 펼친다.

묵정밭 풀들은 닥칠 겨울을 슬퍼하고 있지만

갑오세 가보세 그려

죽은 사람은 아주 죽은 것이 아닐세

없는 사람은 아주 없는 것이 아닐세

잎 진 자리 끝에 새잎이 돋아나듯

안개가 짙어야 해가 더욱 밝아지듯

사람 사는 세상은 먼저

뒷하늘이 열리는 법

궁궁을을弓弓乙乙

 

 

 

-반년간지『포항문학』(2007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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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근현대사의 발전도상에서 가장 의미 깊은 역사적 사건으로 1894년 갑오년에 일어난 동학혁명을 드는 사람이 많다. 반봉건․반외세의 기치 아래 전국 민중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동학혁명이 우리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는 민중적 사상은 동학교도(천도교)가 아니라도 지금까지 우리 국민 전체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정신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 근현대사를 밀고 온 힘의 원천이었다. 반년간지『포항문학』에서 특집으로 ‘동학’을 다루었다. 지역 문학에서는 유래가 없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 특집이었다. 이 특집의 다양한 글 가운데, ‘동학 관련 시’에서 박찬선의「궁궁을을」이라는 시를 읽는다. 시인은 먼저 첫 행 “갑오세甲午歲 가보세 그려”에서 보듯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를 통한 갑오년 동학혁명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곳은 싸움의 현장이 아니라 사상의 현장이다. 바로 ‘궁궁을을(弓弓乙乙)’이다. 이는 새로운 태극(太極)의 세상, 새 하늘이 열리는 세상을 향한 민중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그것은 박찬선의 시에는 먼저 “뜻 막혀  저승이 된 길목에서/한 많은 넋 위로하는 제祭 올리고/원혼 달래주는 진혼 굿”이고자 한다. 그래야 뒷하늘이 열리는 법이다. 시인이 말하는 “죽은 사람은 아주 죽은 것이 아닐세”라는 저 간절한 목소리에 우리는 주목을 해야만 한다. 해원(解寃)도 없이 어찌 즐거운 삶을 바라겠는가?

 

-이종암(시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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