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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허만하]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문근영 2013. 9. 17. 07:51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허만하

 

 

내가 조용히 바라보았던 것은 잎 진 실가지 그물 틈새로 나무의자 위에 떨어지는
여윈 햇살 부스러기가 아니라, 비어있는 나무 의자보다 철저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녹슨 가시철조망 안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노을
아, 바깥!

 

기다림은 어디서나 길다. 추억은 한 발자국 늦게 도착하거나,끝내 도착하지 않는다.
가시 철조망 안에서 추억은 가슴저리게 그리운 과거에 대한 아늑한 도취가 아니다.
추억은 고문이다. 암록색 천막 건물 앞 외로운 후박나무에 기대어 길이만 있고 부피가 없는
선분의 잔인한 성격을 생각한다.
아, 부피가 없는 선분의 이쪽과 저쪽!

 

 

-『시와사상』(2011,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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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아니다

기다림은 어디서나 길다

그것도 아니다

추억은 고문이디

그것은 더욱더 아니다

 

자물쇠로 바깥이 잠겨진 세상

그 안에서의 기다림과

안으로 고리가 걸어진 문 밖

그 바깥에서의 기다림

그 두 상황의 입장을 바꿔보면

그 기다림의 색깔은 어떠할까를 생각한다

선분의 이쪽과 저쪽이 만나 하나의 꼭짓점을 만들듯이

이편의 기다림과 저편의 기다림이 만나는 날

새로운 꼭짓점 하나 탄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눈물겹게 기다리는 동안이라도

부서진 햇살 조각과

뭉게구름과

순한 비둘기 한 마리와

깊어가는 매미 소리와

금호강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버리는 석양의 용기를

나는 사랑할 뿐이다

 

시인이 말한 기다림은 언제 어디서나 길다라는 말에

그렇지 않다라는 약간의 부정을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길기 때문에 기다림이란 말이 생겨났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그 기다림은 사람의 마음에 작은 설렘을 안겨줄 수 있을지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솜나리/박숙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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