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내력
최영철
햇살이 내 온몸을 간질이고 있다
좋아 죽겠다는 듯 죽고 못 살겠다는 듯
내 마음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지
첫 손길인 듯 아무도 만지지 않은 섬섬옥수인 듯
천사의 날개부터 시궁창 터럭까지
보이는 것마다 입술을 댄 바람둥이
몇 번 앞길이 막혀 곤죽이 되기도 한 몸뚱이
단단한 방어벽으로 얼씬 못하게 막아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햇살은 핥고 있다
이제 그만 딴 데나 가보라고 돌아누워도
날름 또 혀를 내민다 순정보다 보드랍게
눈물 난다 땀 난다 눈부셔 웃음 난다
아직도 너는 하늘의 하수인 하늘의 비눗방울 하늘의 재채기
나는 알고 있다 해라는 놈이 얼마나 큰 바람둥이인지
거짓말쟁이인지 사기꾼인지
제 살을 쪼개 수없이 나누어준 수억년 부스럼 딱지
하늘을 배경으로 펼친 속임수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남김없이 다 거두어간
수수억년 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된
천부적 바람둥이의 무한대 농담
ㅡ촐처 : 『시안』(201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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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지구상의 만물을 빚어내는
가장 위대한 존재이면서
가장 확실한 독재자이다
아무도 그에게 항거할 수 없음에도 싫어하지 않는다.
시인의 상상력은 무한대 농담으로 일관한다.
이것이 이 시의 재미라면 재미겠다.
세상 어느 것에나 다 가고 다 있고 다 상관하는 햇살.
그러나 햇살은 ‘하늘의 하수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는 아니다.
아직도 너는
하늘의 하수인 하늘의 비눗방울 하늘의 재채기
나는 알고 있다
해라는 놈이 얼마나 큰 바람둥이인지
햇살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눈초리가
이 시를 재미있게 한다.
햇살은 결국 ’거짓말쟁이인지 사기꾼인지
제 살을 쪼개 수없이 나누어준 수억년 부스럼 딱지
하늘을 배경으로 펼친 속임수
라고 결론 내린다.
이러는 것은 다만 시인의 상상력으로
시를 재미있게 엮어가기 위한 방편이었 뿐이다.
햇살은 이 지구상의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햇살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어찌 모르겠는가?
무한대 농담을 시에서 펼치는 시인의 능청도
가희 무한대 농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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