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나리
조동례
머리 깎고 앉아 있는 중만 중이더냐
이 땅에 새 봄 오면
산도 새벽같이 깨어
안개 깔고 앉아 가부좌 튼 중이고
농부는 밭을 가는 중이다
저마다 파도치는 중인데
흔들리는 중이면 흔들리게 두어라
모든 새로 온 생각은
독 없는 새순 같아서
풀숲 중나리도 꽃 피는 중이다
ㅡ시집『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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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월을 붉게 덥히는 꽃이라
더 정감이 갑니다.
꽃 피는 중이라 했으니
7, 8월에 쓰여진 시가 아닌가 그리 생각해봅니다
이 시는 읽어도 읽어도
두 가지의 매력이 조화를 이루었다 싶네요.
하나는 진행형의 ‘〜중’이고,
다른 하나는 스님이라 부르는 ‘중’을 말합니다
이 땅에 새 봄 오면
모든 새로 온 생각들이
독 없는 새순으로 솟아서는
즐거운 먹거리를 제공한다는데
바야흐로 제공 중이라는데
내 아니 기쁘겠습니까
시인은 모름지기 어휘를 맛깔나게 후려서는
시의 맛을 감칠나게 하는 재주가 있음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저마다 파도치는 중입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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