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동순] 슬픈 가마우지의 노래

문근영 2013. 8. 24. 12:37

 

슬픈 가마우지의 노래

 

이동순

 

어부의 배에 실려 와

나는 망망한 바다 위로 내던져졌다

어부가 내 발목을 잡아매고 있다는 것도

나는 한 순간 깜빡 잊어버리고

다만 물 속의 고기떼를 쫓아 두리번거린다

넓은 갈퀴로 물살 헤치며

발 밑으로 달아나는 저 물고기를 향해

온힘을 다해 자맥질한다

내 큰 부리는

곧 한 마리의 물고기를 물고 떠오른다

눈부신 햇살에 어깨 으쓱이며

나는 내가 잡은 물고기를 대뜸 삼키려 한다

그러나 가늘고 긴 내 목에는

이미 노끈이 조여져

그 고기 결코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한다

이 때 어부는 재빨리 줄을 당겨

내 목에 걸린 고기를 뽑아 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또 빈 털터리가 되어

막막한 바다 위로 내던져진다

 

- 이동순 시집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문학과 지성사, 19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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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어느 강에서  어부가

가마우지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발목에 미리 줄을 매어 둔  가마우지들은  뱃전에서 나란히 앉아 강물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물 속으로 뛰어들어 커다란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나타나면

배의 주인은 영락없이 줄을 당겨 가마우지의 입에 든 물고기를 목을 잡고  빼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 가마우지들은 발목에만 줄을 맨 것이 아니라 목에도 줄이

매여 있어서 절대로 물고기를 삼켜도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걸리게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저 검고 미련한 새가 어부에게 길들여져  

어부의 그물을 대신하게 되었는지,

자맥질을 반복하는 가마우지의

쓸쓸한 그 동작들이 그 땐 오래 지워지지 않았었다.

전국이 맹추위에 들었지만 성탄절과 연말이라 밤거리에 잠시 나가보면

우리들 키를 압도하는 화려한 성탄 트리와 대형 건물들의 LED장식들,

색색의 전구와 불빛들로  거리는 활기차고 인파로 넘쳐나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도 불경기에 쪼들리고, 빚에 쪼들리고, 월세을 전전하고,

살을 에이는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고공 철탑 위에서  생존권 투쟁을 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힘겨운 이웃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많은 서민들의 고통과 눈물과 한숨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시민의 눈물과 한숨을 생각하면 자꾸 저 가마우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힐링이 필요한 때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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