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애리] 불임의 묵호항

문근영 2013. 8. 24. 12:36

 

불임의 묵호항/ 이애리

 

 

 

소금기 절은 육신으로 해안도로 달리면

번져오는 바다 해무 껴안을 수 있을까

 

묵호항 방파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썩어 문드러지는 게 어디 바다뿐이겠는가

해돋이마을 사람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시커먼 울음 컹컹 뱉으며 파도는 처박히고

물고기들, 더 이상 산란하지 못한다

 

개발논리 정당성을 앞세워 물꼬를 가로막고

아침에 '가장 먼저 해 뜨는 집' 팻말 건 모텔

치즈냄새가 나는 '시드니, 라메르' 카페들

방파제를 끌어당겨 장삿속을 채우고 있다

 

지금 묵호항은 수태하지 못한다

등대 불빛만 절절할 뿐, 무배란기다

 

 

 

 

- 시집『하슬라역』(2011, 시와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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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한 번 뵈었을 뿐인데

고향 언니같은 느낌이 든다.

유년이 그려지는 고향에 대한 애정,

부모님, 강원도 풍경,

개발에 대한 헛헛함,

여성으로서 동질감이

그녀의 시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마음을 차지한 '태'를 타고 

이 시가 찾아왔다

 

5년 전쯤이었나

묵호항 언덕이 고향인 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묵호공원 공사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친구가 좋으니 거기도 좋았지만

공원보다 바다의 손을 잡고 싶었었다

고결하지 않은 우리를 품어준

자연의 자궁!

 

곧 성탄절이다

존재를 걸어 진리를 말한 댓가로

비명횡사하는 아들의 최후를 목격한 여인!

원망없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견뎌낸

성모 마리아의 태!

그리로 들어간다

 

며칠 후

썪어 문드러지는 세상의 태를 풀고자

고통의 생으로

마지막 십자가를 향해

이 땅에 오실 아기 예수!

해맑게 한 켠을 내어준다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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