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문정희] 체온의 시

문근영 2013. 8. 24. 12:37

체온의 시/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 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을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무거운 바위틈에서도 풀꽃이 피고

얼음장을 뚫고도 맑은 물이 흐르듯

그늘진 거리에 피어나는

사랑의 빛을 보라

거치른 산등성이를 어루 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라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하늘

해 보다 눈부시고

따스한 빛이 아니면

어두운 밤에

누가 저 등불을 켜는 것이며

세상에 봄을 가져다주리.

 

 

 

- 시집 『지금 장미를 따라』(문학 에디션 뿔,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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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듯 하다 군둥내가 나는 된장과

시커무튀튀한데 끝맛이 달콤한 된장의

미묘한 차이처럼

문정희 시인의 시편에서도

꽃, 빛, 체온, 등불 등의 전형적인 시어들이

시인과 만나서 섬세한 향을 카리스마 있게 풍긴다.

 

'오늘밤 아니

매일밤 어김없이

어둡고 추운 골목에 등불이 피어난다'

나는 말할 수 없다

천사가 융단을 깔고 있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추위에 대한 두려움,

잔치길이 춥다고 귀찮아하는 따위의

생각의 사막 때문이다

나는 겨울이면 머리를 감기 전,

따뜻한 물을 충분히 먹거나

훈훈히 몸을 데운 후에야 감는다

체온을 유지하려는 잔머리이다.

 

빛이 보이니?

사랑의 향기가 나니?

따스함이 느껴지니?

지금 하늘에 몇 개 안 보여도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것과

시하늘에서 고생하셨던 별들이 있었다는 것,

사랑하라고 짝지워준 가족이 공기처럼 있었다는 것,

아침이면 세상에 빛을 보내고

저녁이면 서리로 세상을 설겆이를 하는

그 누구

가 계시다는 것만은 진실이다.

조물주 혹은 신, 옥황상제?, 하나님이라 칭하건 하느님이라 부르건

사랑이 아니고야

이 체온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매일 내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추위에 떨고 계신 많은 예수들과

시하늘의 별들과

이 세상 합숙하느라 고생하는 혈육들과

미룬 편지처럼 감사한 분들과

 

이 밤 그려본다

천사의 끝없는 옷자락에 싸여 

하늘군악대의 영가를 듣는.......

 

분주히 움직여 체온을 발산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에도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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