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
이재무
징은 울고 싶다
다시 한 번 옛날을 울며
울음의 동그라미 속에
나무와 꽃, 사람을 가두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의 울음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의 울음은
이미 어제이고 충분히 낡았으므로
새 악기의 향내에 취하다 보면
한때 신명으로 몸 흔들며
목청껏 부르던 노래
왠지 시들하고 구차해진다
징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징 속에 들어가
징의 일부가 되어버린 몇 사람만이
광 속 어둠 안에서
퍼렇게 녹슬고 있다
징은 울고 싶다
쩌렁쩌렁 천년을 한결같던 솜씨
울음의 곡괭이 휘둘러
거만한, 저 위선의 모래기둥
흔들고 싶다
-출처 : 시집『몸에 피는 꽃』(창비, 1996)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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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은 혼의 소리이다
징은 풍물굿 악기 가운데 가장 은은한 소리를 내며 포용력이 있는 악기라 할 수 있다
혼의 소리이며 가장 은은하고 포용력이 있는 악기를 시인의 시에 접목하여
징의 소리를 시의 울림의 깊이에 견주었다는 건 대단한 발상이다
이 시는 시인 이재무가 시로서 세상을 향하여 울리고 싶은 소리이며
그 울림의 실체라고 보여진다
시적 욕망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 해도 무방하다
적어도 시인이라면 시로써 꾸는 꿈이 있기 마련인데
시인이 꿈꾸는 소리의 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울림이 아니겠는가
이 소리는 진솔한 너무나 진솔한 소리지만
현대에 있어서 사람은 사람들의 소리만 내고 자연은 자연대로 따로 울린다
함께 울리던 소리에 이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징’은 이미 낡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어두운 광 속에서 녹슬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징의 소리는 더 이상 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징에서 떠나 버린 것일까?
그러나 시인은 징으로 그 천년의 울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
바로 시인의 시 속에 징소리 같은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은 시의 깊이를 말하고 자 함이다
거대한, 저 위선의 모래기둥, 이것은 참 나의 것이 아니어서
없애야 할 허상과 같은 것이다
울림이 있는 시를 쓰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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