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구석본
은빛 고요가 불타오르는 쟁반 위에
구워진 생선 두 마리가 놓여있다
한 생을 자글자글 태우던 허기,
정면 체위로 누워있다.
나이프로 먼저 대가리를 자르고 꼬리를 자른다
그 다음 배때기를 쩌억 가르면
살보다 먼저 드러나는 주렁주렁 엮인 알들,
포크로 찍어 천천히 씹으면 하나씩 입안에서 터진다
비릿하면서도 고소하다
한 생을 통째로 먹는 맛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알들이 푸드득거린다
비로소 깨어나 한사코 내 살 속으로 파고든다
알알이 내 살 속에 박혀 부풀어 오른다
어느 새 내 몸은 만삭이다
만삭의 몸으로 식당을 나서면
알에서 깨어나
내 안에서 끊임없이 푸드득거리는 치어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채울 수 없는 허기로 자글자글 타오르는 나를
쟁반 위로 스르르 올려놓고 있다.
-출처 : 『현대문학』(2009. 10)
---------------------------------------------------------------------------------------------------
이 시에서 화자는 소멸을 생각한다.
몸의 소멸, 생선의 소멸을 통하여 생선으로 만삭이 된 자신의 소멸을 다시금 생각한다.
생선의 소멸은 화자의 생명줄이 되고, 그것은 먹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욕망을 달리 표현할 수 없어 적어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먹음으로 맛과 향기를 얻게 되는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
먹는다는 건 탐욕이고, 삶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재미 없이 그냥 살기 위해 먹는 위인들은 없다.
다시 말해 욕망의 원초적인 표현이 먹는 행위라는 거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야하는 일차작인 행위다.
먹은 것은 생명줄이 되거나 배설되어 또 다른 차원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식욕이 좋다는 사람들 중에 왕성한 활동하는 사람 더러 있었다.
잘 먹고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공헌을 끼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복효근] 씨알 속 우주 한 그루 (0) | 2013.08.20 |
|---|---|
| [스크랩] [곽재구] 어란진에서 (0) | 2013.08.20 |
| [스크랩] [문혜진] 홍어 (0) | 2013.08.20 |
| [스크랩] [김충규] 꽃멀미 (0) | 2013.08.20 |
| [스크랩] [이갑수] 길 (0) | 201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