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구석본] 식사

문근영 2013. 8. 20. 09:54

식사

 

구석본

 

 

은빛 고요가 불타오르는 쟁반 위에

구워진 생선 두 마리가 놓여있다

한 생을 자글자글 태우던 허기,

정면 체위로 누워있다.

 

나이프로 먼저 대가리를 자르고 꼬리를 자른다

그 다음 배때기를 쩌억 가르면

살보다 먼저 드러나는 주렁주렁 엮인 알들,

포크로 찍어 천천히 씹으면 하나씩 입안에서 터진다

비릿하면서도 고소하다

한 생을 통째로 먹는 맛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알들이 푸드득거린다

비로소 깨어나 한사코 내 살 속으로 파고든다

알알이 내 살 속에 박혀 부풀어 오른다

어느 새 내 몸은 만삭이다

만삭의 몸으로 식당을 나서면

알에서 깨어나

내 안에서 끊임없이 푸드득거리는 치어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채울 수 없는 허기로 자글자글 타오르는 나를

쟁반 위로 스르르 올려놓고 있다.

 

 

 

-출처 : 『현대문학』(20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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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화자는 소멸을 생각한다.

몸의 소멸, 생선의 소멸을 통하여 생선으로 만삭이 된 자신의 소멸을 다시금 생각한다.

생선의 소멸은 화자의 생명줄이 되고, 그것은 먹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욕망을 달리 표현할 수 없어 적어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먹음으로 맛과 향기를 얻게 되는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

먹는다는 건 탐욕이고, 삶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재미 없이 그냥 살기 위해 먹는 위인들은 없다.

다시 말해 욕망의 원초적인 표현이 먹는 행위라는 거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야하는 일차작인 행위다.

먹은 것은 생명줄이 되거나 배설되어 또 다른 차원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식욕이 좋다는 사람들 중에  왕성한 활동하는 사람 더러 있었다.

잘 먹고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공헌을 끼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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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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