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란진에서
곽재구
바람처럼 이곳 바다에 섰네
어깨 너머로 본 삶은 늘 어둡고 막막하여
쓸쓸한 한 마리 뿔고둥처럼
세상의 개펄에서 포복했었네
사랑이여, 정신없는 갯병처럼
한 죽음이 또 한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바라볼 슬픔마저 차라리 아득하여
조용히 웃네
봄 가뭄 속에 별 하나 뜨고
별 속에 바람 하나 불고
산수유 꽃망울 황토 언덕을 절며 적시느니.
- 곽재구 시집 『 서울 세노야 』, 문학과 지성사, 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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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에 사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때로 너무 막막함을 안겨 줍니다.
겨울 바다나, 봄 바다나 부닥치게 되면
우리의 삶처럼 막막하기는 마찬가지,
막상 닿고 보면 너무도 아득하여
하고싶은 말을 자꾸 잊어버리게 됩니다.
바닷바람에 제 몸을 벗어 말리고 있는 생선들
그들이 마르고 있는 겨울 덕장에
폭설이 내리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죽음이 다시 죽음을 불러 일으키는 윤회.....
모진 바닷바람 오래오래 견디다 보면
산수유 꽃망울 터지는 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겠지요.
이 밤 물곰 한 마리,
푸른 파도 베어물고
강구항을 빠져 나갑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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