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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영호] 통점재를 다시 넘다

문근영 2013. 8. 19. 10:16

 

 

통점재를 다시 넘다

 

차영호

 

 

죽장 상옥에서 청송 부남으로 넘는 고개

십여 년 전 하정* 선생과 둘이 넘을 때

뗏장이 엉금엉금 길 가운데 까지 기어 나오기도 하고

아카시나무가 가풀막진 길 복판에 쭈뼛쭈뼛 서있기도 했지

68번 지방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던

돌투성이길

 

새참하게 단장된 오늘을 나 홀로 넘는다

저 갈나무 황금물결 속 어디쯤 자드락길 있어

선생은 휘적휘적 가고 있을까

투명한 손 내밀어 내 어깨를 툭툭

-어이, 퍼뜩 마시고 깨거든 가자

-예

대답부터 하고 하늘을 본다

 

붉다, 산자락을 우려낸

진국

통점재,

통점痛點이란 아픔을 느끼는 감각점

도나캐나 아픔 감지하며 넘어야 제격이지

 

엄연히 다른 글자를 두고 어깃장부리며

부남 쪽에서 상옥으로 되넘으니

나른한 포장도로가 찰찰

차바퀴도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더군

 

*아동문학가 손춘익(1940-2000) 선생의 아호

 

 

 

-출처 : 시집『바람과 똥』(아르코,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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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의 이야기다.

첫 발령을 그쪽으로 받은 사람들이 재 너머 벗이 그리워 주말이면 번갈아 넘나들던

통점재

친구 두 명이 서로 재 너머에 살아서 둘은 자주 오갔던 모양이다.

 

시의 화자도 선배 선생 따라 재 넘어갔을 텐데

통점재는 산판길 같아서 오가기엔 여간 힘드는 게 아니다.

이렇게 오가며 관찰한 내용을 시로 나타냄에 있어 시어의 선택을 첨예하게 하고 있다.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더군다나 순 우리말을 쓴다는 것에 호감이 간다.

잘 쓰이지 않는 어휘를 씀으로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에도 한 몫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시어의 낯설게 하기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오지의 길이란 게 토질에 따라 다르지만 비온 뒤면 길이 사라져 경운기라도 다니게 하려면 다시 만들어야 했던

그런 곳에서 나도 1년 반을 산 적이 있어 공감이 간다.

그래도 이곳은 쉬 사라지는 길은 아니어서 인적이 드물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화되는 현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좋아진 길이라도 고개였으니 차가 오르기에도 버거울 것 같다.

'포장도로가 찰찰/차바퀴도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더군'이라는 표현이 그걸 말하는 것 같고 참 재밌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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