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함민복] 어민 후계자 함현수

문근영 2013. 8. 19. 10:15

 

어민 후계자 함현수

 

                                                                 함민복

 

 

 

형님 내가 고기 잡는 것도 시로 한번 써보시겨

콤바인 타고 안개 속 달려가 숭어 잡아오는 얘기

재미있지 않으시껴 형님도 내가 태워주지 않았으껴

그러나저러나 그물에 고기가 들지 않아 큰일났시다

조금때 어부네 개새끼 살 빠지듯 해마다 잡히는

고기 수가 쭉쭉 빠지니 정말 큰일났시다 복사꽃 필 때가

숭어는 제철인데 맛 좋고 가격 좋아 상품도 되고 ......

옛날에 아버지는 숭어가 많이 잡혀

일꾼 얻어 밤새 지게로 져 날랐다는데 아무 물때나

물이 빠져 그물만 나면 고기가 멍석처럼 많이 잡혀

질 수 있는 데까지 아주, 한 지게 잔뜩 짊어지고

나오다보면 힘이 들어 쉬면서 비늘 벗겨진 놈

먼저 버리고 또 힘이 들면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참숭어만 냉겨놓고 언지, 형님도 가숭어 알지 아느시껴

언지는 버리고 그래도 힘이 들면 중뻘에 지게 받쳐놓고

죽을 것 같은 놈 골라 버리고 그렇게 푸덕푸덕대는

숭어를 지고 뻘길 십 리 길 걸어나와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곶뿌리 끝에 서서

담배 한대물고 걸어나온 길 쳐다보면서

더 지고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도 했다는데

뻘길 십 리 길 가물가물 멀기는 멀지 아느껴 힘들더라도

나도 그렇게 숭어 타작 좀 한번 해보았으면 좋겠시다

 

현수 씨 콤바인 타고 들어가 고기 싣고 나오는 얘기는

여차리* 일부 뻘 얘기지만 뻘이 딱딱해진다는

너무 슬픈 얘기라 함부로 글을 쓸 수 없고

아버지 얘기는 그냥 시인데 뭘 제목만

'인생'이라고 붙이면 되지 않겠어

 

형님, 한잔 드시겨

 

* 여차리:강화도에 있는 마을 이름

 


 

 

 

시집. 말랑말랑한 힘에 실린 시다

정보센터에서 오늘, 저번에 빌린 것을 잊고 또 빌려 보게 되었는데

앞장 두서너 페이지 넘겨 봄꽃을 읽을때쯤,

최근에 읽었던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가

앞서 읽었었던 말랑말랑한 힘을 읽고

두번째로 찾아본 함민복 시집인 것을  착각하고

말랑말랑한 힘을 다시 빌려보게 된 것이 오히려, 행운이 되었다.

 

62년생 함민복 시인.

시인은 나보다 한 살위이고,  충북 출신에 태생도 너무나 다른 바닷가 척박한 곳에서 자랐고 

지금도 강화도 동막리 전등사에선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가까우면, 시인을 찾아서 가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 시는 읽을 수록 참 곰삭여진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검색하다보니 수능자료에도 출제가 되었다는...

 

환경이 점차 파괴되어 가는 슬픈 현실도 담고 있으며

지금은 뻘이 딱딱해져 콤바인을 타고 들어가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쨘해진다.

함민복의 여러 시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와 가슴을 후벼 파기도 했지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글라디 이영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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