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손단풍에게 초록이 전부였던 그 화끈거림이란/ 이애리
새들은 붉은 단풍을 원했고
생에 있어 호된 뜨거움이란
단풍잎 같은 손거울에 나를 비춰 보는 일
지나온 모든 안부가 궁금했을 터
사랑이 한때 위험했다면
오대산 수목림 지나
청람빛 손단풍보다 푸르렀을까
그 푸른 단풍나무 그늘 이면에는
바스락바스락 지나가던 날다람쥐 한 마리가
지난가을
길 잃은 도토리 한 개를 굴리다가
사람들이 던져준 소시지를 넙죽 물고
떠나간 자리에도,
그 창창한 유록이 전부였던
푸른 봄날이 있었다.
뭐든 푸르다는 것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을
위험할 필요도 없던
초록이 전부였던 오대산 손단풍
그 푸른 단풍나무 그늘 이면에는
암암리에 산안개 뭉게구름 천둥 번개
별빛 이슬이 내려와 웅숭깊은 젖 물리며
새순 키운다는 것을
몇 번의 가을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끄덕일 수밖에
오대산 수목림 지나 초록이 전부였던
손단풍 곁에 봄 내내 진을 치게 만든
그 화끈거림이란
- 시집『하슬라역』(시와에세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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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 시날다/ 김선아
이애리 시인으로부터 시집'하슬라역' 앞장에 사인을 받고는
가장 아끼는 시는 무엇인지 질문하였다.
목차에 부드러운 밑줄과 별표가 쳐지고,
며칠 후
요즘 나의 서정을 차지한
'무모해서 아름다운 청춘'과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시에는 예쁜 것들이 많이 나온다.
7줄 되는 1-2연에만 해도
'새', '붉은 단풍', '손거울', '오대산 수목림', '청람빛', '손단풍',......
어여쁜 시어들이 가볍지 않게 조합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호된 뜨거움의 추억 때문인지
마음을 알아주는 벗을 만난 기분이이었다.
천둥 번개에 뛰어드는지 조차 몰랐던,
그! 청람빛을 이해해 주는 벗.
그녀는 '...화끈거림...'으로 마지막 행을 마쳤고
나는 오랜만에 두근거리고 싶어졌다.
한주는 아우라지 정선과
한주는 이애리 시인과 만나서
아!
나의 폐광이 오랜만에 덜컹였다
이 가을
시인의 호되게 뜨거운, 붉은 손단풍 아래
먼 길도 한달음에 달려가
*몰운대... 꽃가루 하나...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낭만으로!
나의 바이크는 레일의 시작점에 있다 .
* 몰운대!...꽃가루 하나...떨어지는 소리: 황동규 시인의 시편 '몰운대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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