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연향, 달빛 타고 흐르다 / 청도 유등지

문근영 2013. 6. 9. 07:53

유등지에 도착했을 땐 긴 여름해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유등지라면 셀 수 없이 많이 와 봤지만 연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

좀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든다.

지나는 길에 들른터라 유등지를 본 것만도 사실은 행운이다.

이 날은 용케도 가방 속에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오전에 연밭을 다녀온 뒤에 꺼내놓지 않은 덕분이다.

 

 

 

넘실대는 연잎 사이로 홍련이 점점이 떠 있다.

그 넓은 연지에 솜씨 좋은 이가 잘 뿌려놓은듯 고루 피어 있다.

곱디 고운 연이 참 많기도 하다!

유등지는 홍련 일색.

 

해거름인 탓도 있겠지만 들숨을 따라 연향이 깊이 들어온다. 

 

 

 

연은 아침나절까지만 만개를 하고 햇살이 펴지면 오므라든다.

이미 저녁시간이라 연은 죄다 봉오리로 돌아가 있다.

봉오리는 다시 열릴 희망이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유등지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서편 하늘엔 언제부터인지 열하루 달이 하얗게 걸려 있다.

달빛 아래 연향, 더욱 은근해지고... 

 

물 속에도 백련봉오리 같은 달이 떴다.

 

 

   

  

어두운 수면 위로 꽃잎 한 장 사뿐히 내려 앉았다.

진흙과 부초와 마른 잎 떠 있는 저 곳이 오탁악세 같다면

물들지않은 꽃잎  한 장은 천생 반야선이다.

 

 

주위는 어느새 어둑해졌다.

서산머리의 노을빛도 스러져 간다.

미처 여미지 못한 꽃잎을 마저 닫으며 연은 어둠 속으로 물러난다.

새벽이 오면 닫았던 문을 열어 한꺼번에 드러날 저 많은 꽃송이들,

유등지의 아침은 참 푸르고, 붉겠다.

 

 

출처 : 인드라망
글쓴이 : 演菩提(연보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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