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나의 우주는 지금 축제일 / 영덕 풍력발전소를 다녀오다

문근영 2013. 6. 7. 08:23

지난 토요일에 친구와 함께 영덕 풍력발전소를 다녀왔다.

그 전에 동해안을 돌다가 우연히 들른 그 곳이 마음에 남아 있어 다시 찾은 길이다.

 

풍력발전소로 가는 길은 바다에 연한 그리 높지 않은 산등성으로 이어져 있다. 

한 달여 전 처음 이 길을 지나갈 때 기시감에 몹시도 흥분됐었다.

두 번째 걸음에서 확실히 느꼈다.

분명 내 안에 이미 각인되어 있던 길이고 풍경임을,

그 기억을 좇아 나는 지금 다시 회귀하고 있음을.

 

 

 

 

 

 -이 날 동행이 되어 준 내 오랜 친구 모래샘

 

 

거대한 날개이다.

멀리 산 아래에서 봤을 때는 그저 큰 바람개비처럼 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엄청 큰 날개이다.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날씨인데도 휙휙 돌아가는 날개 소리가 전신을 휘 감는다. 

나를 중심으로 큰 磁場이 형성되는 기분이다.

 

사방에서 서서히 돌아가는 거대한 날개 속에 서 있자니 문득 허공을 향해 말을 걸고 싶어진다.

사람의 소리가 아닌 가령 바람소리 같은 걸로 소통하고 싶다.

이 곳에 서면 누구나 그런 기분이 들 것 같다.

시방을 향해, 삼세를 향해 무수한 신호를 쏘아보내고 또 받아들이고 싶다.

 

 

 

 

한 두 방울씩 날리던 비가 그쳤나 했더니 맞은 편 등성으로 해무가 몰려들고 있다.

서서히 돌아가는 날개가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풍경은 더욱 오묘해진다.

가장 인위적인 것에서 태고의 신비를 느낄 수도 있나보다.

의식 또한 오롯이 한 길로 합해진다.

 

 

 

 

 

마사토 흘러내리는 구릉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몬다.

'좋았지? 좋았지?"

피톨 하나 하나가 춤을 춘다. 

나의 우주는 지금 축제일이다. 

 

출처 : 인드라망
글쓴이 : 演菩提(연보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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