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찾아서

[스크랩] 주산지가 들려주는 오래 된 노래

문근영 2013. 6. 6. 02:50

지난 금요일, 주산지를 다녀왔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주산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안개는 없을 거라는 친구의 말에 기대의 반은 접고 나선 길이다.

 

주산지를 찾아 가는 길 가에 사과 나무가 참 많다. 꽤나 유명한 청송사과이다.

예전에 과수농사를 지었던 적이 있는지라 과수원에 자꾸 눈길이 간다.

제법 동글한 사과가 나무마다 보기 좋게 매달려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가며 두 시간여를 달려 주산지에 도착했다.

차를 세워두고 주산지까지 조금 걸어들어갔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잔뜩 흐려있다.

물위에 비안개라도 끼어 있을까?

먼 산의 안개를 보며 그런 기대를 해 본다.

 

 

 

안개는 없었다.

남들이 담아온 주산지 사진마다 피어오르던 안개는 없었다.

신비감 대신 오늘은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려는 듯,

거울처럼 맑은 물 속엔 산과 나무들이 고요히 되비치고 있다.

장마철이라 탐방객도 많지 않은 날이다.

 

저수지 입구에 1720년 8월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에 준공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삼백년 전 그 옛날에 어쩜 그리 빨리도 만들 수 있었는지?

수령 150년이 된다는 왕버드나무를 보러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 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주산지,

지나다 보니 영화 속에서 본 적이 있는 비석이 나타난다.

곳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주의 푯말이 있어 들어가 보는 건 엄두도 못냈다.

이 곳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생태학습장으로도 이용되나 보다.

수달, 하늘다람쥐, 원앙, 삵괭이, 올빼미 등이 살고 있다고 되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삵이란 놈은 꼭 한 번 마주치고 싶었지만 대낮에 나올 리가 없다. ^^*

 

 

 

 저수지는 왕버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가 쳐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글이 곳곳에 붙어 있기도 하다.

단 한 곳만이 사진을 찍도록 열려 있다.

울타리 밖에서 줌을 당겨도 보고 밀어도 보지만 원하는 풍경을 찍기가 쉽지 않다.

왕버들 보다는 잡목(미안, 참나무..) 가지가 더 많이 잡힌다.

 

 

 

 

역시 주산지이다.

안개가 없어도, 단풍이 없어도, 하얀 눈이 없어도 주산지는 아름답다.

베일을 벗고, 화장까지 다 지운 말끔한 얼굴의 주산지가 거기 있었다.

 

물 속에서만 150년을 살아 왔다는 고목, 그 거친 껍질을 뚫고 연푸른 새 가지들이 돋아 있다.

그 모습이 흡사 손주에게 빈 젖을 물리고 있는 할머니 같다.

 

 

 

 

참고 있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잔잔하던 수면에 그려지는 수많은 동심원,

눈에 보이는 원은 작지만 그 하나하나의 파문은 저수지 끝까지 밀려 갈테지.

원과 원이 겹쳐지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서로 나누며 어울려 사는 우리 모습을 본다.

하나의 동그란 동심원도 아름답지만 함께 만들어내는 겹친 무늬도 아름답다.

 

 

 

 

 

고요하던 저수지가 빗방울소리로 제법 소란하다.

맥박치듯 물 위를 번져가는 파문,

토도독~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 똑--똑, 맺힌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빗소리를 증폭시키는 우리의 우산.

 

저것은 주산지가 들려주는 오래 된 노래,

우리 함께 기억하게 될 즐거운 곡조이다.

 

 

 

출처 : 인드라망
글쓴이 : 演菩提(연보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