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백성은 속일 수 없다 [박석무]

문근영 2013. 5. 31. 07:05

 

백성은 속일 수 없다

  속이면 속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일입니다. 우리 백성들, 정말로 얼마나 속고 살아왔는가요. 그러나 속아주는 척은 하지만, 참으로 속아 넘어가는 백성은 없다는 것이 다산 정약용의 생각이었습니다. 세상만사란 비밀스러운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가 없어, 아무리 몰래 숨기고 하는 일이지만, 반드시 그 일의 징조나 낌새는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절대로 탄로 나지 않는 비밀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속이기 어려운 존재가 가장 어리석게 보이는 일반 백성들이라는 다산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801년 봄에 감옥에 갇혀, 국청에 나가 국문을 받았던 다산은 죄가 없다는 판명이 났지만, 석방을 반대하던 한 사람의 대신(大臣) 때문에 경상도의 장기현(長鬐縣)으로 기약 없는 유배살이를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며 슬프고 서러운 삶을 달래느라 많은 시를 짓고 읊었습니다. 「고시(古詩)27수」라는 시의 한편은 의미가 깊습니다.

             숲 속에 표범이 숨어있어도                      文豹伏林中
             나무 위의 까막까치 울어대고                   烏鵲樹頭嗔
             울타리 사이 긴 뱀 걸려있어도                  長蛇掛籬間
             참새 떼 조잘대며 사람에게 알리네            瓦雀噪報人
             개 백정이 올가미 들고 지나가면               狗屠帶索過
             뭇 개들 사방에서 시끄럽게 짓네               群吠鬧四隣
             새나 짐승 마음 속 감추지 못해                 禽獸不藏怒
             귀신처럼 알기도 잘 안다네                      其知乃如神
             포악한 마음이야 밖으로 나타나는 법         內虐必外著
             어리석은 백성인들 어떻게 속일 건가         何以欺愚民
             인의예지 네 덕성 모두 아름답지만            四德雖竝美
             군자는 언제나 인(仁)을 제일로 여긴다네    君子每先仁
             살아있는 풀인들 밟지 않는다니                生草猶不履
             그런 기린은 얼마나 어진 동물인가            賢哉彼麒麟

  어슬렁어슬렁, 슬금슬금,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표범이나 독사, 남을 헤치는 그들, 아무리 자신을 숨기고 감추지만, 모든 일에는 낌새‧조짐‧징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감시하는 다른 짐승이나 새들 때문에 발각되고 말듯이, 백성을 속여먹는 못된 사람들의 속임수도 끝내는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았던 시로 보입니다. 사납고 포악한 마음은 겉으로 나타날 수밖에 딴 도리가 없기 때문에 남을 속이려는 마음도 결국 탄로 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려고 여러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의‧예‧지, 어느 것 하나 인간의 덕행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남을 도와주기만 하지 헤치지 않는 인, 포용하고 안아주는 인, 상대방을 위해서 자신의 최선을 다해 바치는 인, 그런 인만이 군자들이 가장 우선시한다는 결론에서 다산 자신에게 불행을 초래한 가해자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 같은 내용도 포함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열렬하게 외치던 선거공약, 선거만 끝나면 식어버려 공약(空約)으로 변해버리는 우리나라, 그래서 다산은 백성은 속이기 어려우니 외쳐대던 공약(公約)은 반드시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속은 것처럼, 모르는 채, 아무런 말도 안 하지만, 백성들은 공약을 지키는가 지키지 않는가를 정확히 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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