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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로 본 한국 52
영천 만불사
우리나라에서 불상을 가장 많이 모신 절이 어느 절인지 아십니까? 몇 천 정도가 아닌 십만 이상의 불상을 모신 절이 경북 영천에 있습니다. 만불사(萬佛寺)라고 합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천IC와 경주IC 중간에서 산언덕에 우뚝 솟은 불상을 볼 수 있습니다. 밤중에는 조명까지 밝혀놓아 궁금증이 나기에 찾아보았습니다.
절 입구를 들어서 언덕길을 오르면 특이하게 생긴 탑 3개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도 보드가야에 있는 마하보디 스투파(Mahabodhi Stupa) 모양을 본 딴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정각(正覺-깨달음)을 이룬 보리수나무 옆에 세운 정각대탑을 말하는 것입니다. 탑 모양을 개조하여 구석구석 작은 불상을 모셨는데 탑 한기에 3만 불로 모두 9만 불이나 됩니다. 모든 불상에 인등을 켰기 때문에 ‘인등탑’이라고 부르는데 무척 이국적 분위기를 만듭니다.
인등탑 옆 만불전 안에는 벽마다 불상을 빼곡하게 모셨습니다. 불상의 수가 1만 7천불이랍니다. 모든 불상마다 등을 켜 놓았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간절한 소원이 담긴 불빛은 아름답고 엄숙합니다.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에 ‘난다’라는 아주 가난한 여인이 살았습니다. 난다는 아자타사투 왕이 죽림정사에 달아놓은 1만개의 연꽃등을 보았습니다. 난다는 구걸을 한 돈으로 절 한 귀퉁이에 등불을 밝히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가난한 난다가 조그만 등불을 공양하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십시오. 바라옵건데 이 작은 불빛이 모든 중생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비추게 해주시고,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 용기와 복덕을 내려주소서. 저에게도 훗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날 밤 왕사성에는 세찬 바람이 휘몰아 쳤습니다. 아자타사투 왕이 켜놓은 등은 모두 꺼지고 말았으나 오직 하나의 등불만 새벽까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난다의 등불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 등불은 가난하지만 착한 여인이 정성으로 밝힌 등불이다. 저 등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 공덕으로 난다는 다음 세상에 성불하여 부처가 될 것이다. 부처에게 올리는 공양물이나 이웃에게 보시하는 것이 비싼 것이라고 많은 공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성과 깨끗한 마음에 의해 공덕을 받는 것이다.”
요즈음의 연등은 LED로 불을 켭니다. 이 등은 필라멘트를 이용하는 전등과 달라서 오랫동안 꺼지지 않습니다. 폭풍이 몰아쳐도 끄떡없답니다. 현대 과학은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연등 까지도 꺼지지 않게 만듭니다. 아무나 복 받는 세상이 되었나 봅니다. 부처님도 현대 과학에는 속수무책일까요?
인등탑 뒤에 화순 쌍봉사 삼층목탑을 본뜬 범종각이 있습니다. 만불사 범종에는 전통 범종의 문양이 없이 작은 불상만 가득 조각되어 있는데 모두 1만 불이랍니다. 종각에는 큰 범종 외에 4개의 작은 종이 있습니다. 아무나 쳐도 된답니다.
높이 33m 로 국내에서 가장 큰 아미타대불을 모신 산언덕 광장에도 키가 2m 쯤 되는 아미타여래 입상이 늘어서 있습니다. 절 안의 불상이 모두 20만이며 인등은 17만이랍니다. 듯도 보도 못한 새로운 광경으로 이곳이 태국인지, 스리랑카인지, 한국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만불사 에서는 절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개념을 버려야 합니다. “사찰은 전통 문화재를 만들고 지키는 곳이 아니라 불법을 펴는 곳”이라고 주장하는 스님은 전 세계에 인드라망을 구축하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만불사를 세계 중심 사찰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통도사에서 1년 반을 살 때, 통도사 앞 신평의 넓은 들에 ‘세계 불교 도시’를 만드는 꿈을 꾸었던 펜화가와 의견 일치가 되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이 초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문화보다 더 영향력이 큰것이 종교입니다. 펜화가는 한국불교를 세계화 하여 세계인의 정신을 사로잡는다면 국가 발전에 더욱 큰 뒷받침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불교는 명상과 불교에 관심이 높은 서구인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불사에는 3천기의 납골묘와 500기 규모의 납골당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수만, 수십 만 번 윤회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육신은 잠시 입다 버리는 옷과 같다고 보지요. 육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 화장을 합니다. 그러나 일반인 들은 화장을 해도 매장을 하던 관습은 버리기 어렵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화장 후 별도 시설에 모시는 납골에 48%, 산골(散骨)이 23.1%, 화장한 유골의 매장에 9.8%의 지지도를 보였답니다.
스웨덴 에서는 ‘냉동장’이 개발되었습니다. 영하 18도로 냉각한 시신을 액체 질소에 담가 냉동 건조 시킨 후 진동 기계로 흔들면 1분 만에 가루가 된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특수 인간이 액체질소에 얼어 부서지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화장과 달리 유해가스가 발생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지요.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방법도 있습니다. 화장한 유골을 섭씨 2.000도의 열로 녹여 유리구슬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영옥’이라고 부르는데 스님의 사리처럼 보입니다. 사람에 따라 한 가지 색의 구슬이 되는데, 연녹색, 회색, 백색, 투명한 녹색 등이 된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채식을 오래하거나 생활이 올바른 사람은 희거나 투명한 색이 된다는 점입니다. 영옥의 장점은 구슬이 되면서 양이 1/3로 줄기 때문에 납골당의 이용률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집에다 모셔도 될만큼 혐오감이 없더군요.
만불사 스님은 “납골묘의 묘지석들이 앞으로 큰 공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정서에도 맞고, 공해도 적은 새로운 장묘방법을 개발 하였다는데 “당분간 비밀”이랍니다.
그림.글.사진=김영택 펜화가 honginar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