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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로 보는 한국 51
북한산 삼천사
북한산은 수도 서울의 진산입니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삼각을 이루고 있다하여 삼각산 이라고도 부릅니다. 키는 작아도 전국을 호령하는 힘이 있는 산입니다. 북한산 등반만 100회가 넘었다며 스스로를 ‘북한산 팔불출’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북한산 밖에 몰라서가 아닙니다. 전국의 내노랍시는 산은 물론 세계적인 명산을 두루 올라본 이들이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북한산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으로, 볼 때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보산행, 암릉종주, 암벽타기를 모두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산 등산 코스 중 전철3호선 구파발 역에서 내려 부암동 암문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삼천사(三千寺)가 있습니다. 30년전에는 계곡의 수직 암벽에 조각된 부처님 혼자 사셨답니다. 고려시대에 조성한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으로 보물 제657호입니다.
고려시대 마애불 중에는 드물게 각 신체의 비례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돋을새김을 하였는데 조각의 깊이가 얕아서 선각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 마애불은 암벽을 파내어 불상을 만들기 때문에 완전한 입체상을 만드는 것보다 쉽습니다. 또한 크게 만들 수 있고요. 우리나라에 마애불이 많은 이유는 석질이 강한 화강암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마애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음각기법으로 만든 마애불과 과 양각기법의 마애불입니다. 음각은 선을 파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양각은 돋을새김 기법으로 얕은 양각과 입체가 뚜렷한 높은 양각으로 나뉩니다. 개중에는 머리만 양각으로 하고 몸체는 음각으로 처리한 마애불도 있습니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남산에는 훌륭한 조각 솜씨를 보이는 마애불 여럿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 안 이곳저곳에는 조각 솜씨랄 것도 없이 되는대로 만들어놓은 마애불이 더 많습니다. 잘 생긴 미남 부처만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못생긴 부처가 더 친근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서울깍쟁이 얼굴과 시골아저씨의 얼굴을 비교해보면 됩니다.
삼천사 마애불의 얼굴이 바로 인심 좋은 시골 아저씨의 얼굴입니다. 복스런 코와 입술, 지그시 감은 눈에서 온화하면서도 엄숙한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머리 주위의 광배는 겹 둥근 무늬이며 신광은 한줄 입니다. 법복은 두 어깨를 가린 형식으로 통견(通肩)이라고 합니다. 칠을 하였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머리 위에 큰 돌이 튀어나와 있어 모자 역할을 합니다. 그 밑으로 ‘ㅅ'자 모양의 홈을 낸 것은 지붕을 달아냈던 흔적으로 보여 집니다. 마애불 좌우로 깊게 뚫린 구멍도 지붕을 달아내기 위하여 나무를 박았던 자리입니다.
본래의 삼천사 터는 마애불 앞에서 1km쯤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별도의 표식이 없어 지나치기 쉽습니다. 펜화가도 부암동 암문까지 올라가는 헛고생을 했습니다. 현재 발굴 중인데 10월 말쯤 끝난다니 어떤 성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삼천사는 통일신라 문무왕 때 창건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답니다. 마애불 자리에는 암자가 있었고요. 1978년 마애불 옆에 새로 세운 삼천사에는 대웅전, 천태각, 산령각, 사리탑 등이 비좁은 계곡에 이리저리 배치되어 있습니다. 공사를 시작할 때 충분한 장비를 동원하였는데도 바위들이 꼼짝을 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답니다. 삼각산 산신들이 어디 보통 산신들 입니까. 파워 높은 삼각산의 산신들이 방해를 놓은 것이지요. 결국 산신제를 크게 지내고서야 공사 진행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산령각의 기도 효과가 다르다고 합니다.
나무 한그루를 벨 때에도 북어를 매달고 술을 뿌려주며 양해를 구하던 전통은 모든 자연을 객관적 존재로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연과 공생하는 도리이지요. 자연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볼 때 인간의 불행은 시작됩니다.
산령각에 모신 산신령의 모습이 사실적이며, 배경도 채색 탱화가 아닌 입체조각이어서 특이 합니다. 대웅보전의 후불탱도 영산회상도를 조각한 목각탱에 금을 입힌 것이어서 탱화를 모신 여늬 절과는 크게 다릅니다. 주지스님의 개성이 남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천사는 사회사업을 많이 하는 절로 유명합니다. 노인 복지 시설이 3곳, 어린이 집이 4곳, 청소년 독서실과 도서관 등 모두 9개의 시설을 운영한답니다. 2004년 운영예산만도 76억원이 넘는답니다. 삼천사의 부담만도 5억원에 가깝다니 국내 종교 단체 중 이만한 보살행이 또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별도로 삼천사에서 무료로 식사를 하는 사람만 년 6~7만 명이랍니다. 더 좋아 보이는 것은 삼천사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종교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로는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堤 下化衆生)이 이런 것이 아닐 까요. 엄청난 수입이 있어도 사회에 되돌리는 금액은 눈곱보다 적은 많은 종교단체들이 반성해야 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글.사진=김영택 펜화가 honginart@hanmail.net |